정치에 영향받는 과학 연구 예산…과학자에게 신뢰 잃은 정부

내년도 R&D 예산 전년 대비 11.5% 증액
R&D 예타 폐지 개정안 법안 처리 촉각

한제윤,이하은 기자|2024/12/11 17:48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여당 의원석이 비어 있다. /연합.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기초연구·선도형 연구개발(R&D) 등에 집중한 내년도 예산안을 최종 확정했다. 연구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부 기조가 반영된 결과이지만, 정작 과학기술계에서는 탄핵 정국 영향과 연구 현장에서 이미 잃어버린 정부에 대한 신뢰문제가 해결되어야 예산의 실효성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내년도 R&D 예산은 전년 대비 11.5% 증액돼 총 29조6000억원으로 확정됐다. 과기부는 이를 게임체인저 기술 분야 및 연구생태계 구축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선도형 연구생태계 구축을 위해 기초연구와 인재양성 등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기초연구 분야에 2조9000억원을 지원하고, 인재 양성에도 1조원을 투자한다.

과기부 관계자는 "(과학기술의) 기반이 되는 기초연구 분야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예산이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년에는 기초연구 분야와 인재 양성에 방점을 두기 위해 많은 금액을 투자하게 됐다. 3대 게임체인저 기술 분야도 초격차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집중 투자를 진행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연구원들 사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앞서 'R&D 카르텔' 문제 해결이라는 명목아래 예산 삭감을 강행한 것이 국가 경쟁력과 과학기술계에 큰 상흔을 남겼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연구 현장에서는 예산이 문제가 아니라 연구원들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구원 A씨는 "정치에 영향을 받아 이랬다 저랬다 하는 예산에 연구 과제는 영향을 받는다. 독립성이 없기 때문에 (예산 증액이) 근본적 해결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원들의 보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과학기술계 전망이 밝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가 R&D 혁신 사업으로 강하게 추진한 예비타당성 조사 폐지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지만, 탄핵 정국 영향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태다.

그간 R&D는 예타에 평균 2년 이상 시간을 소요해 속도감 있는 투자가 어려웠고, 불확실성이 큰 탓에 적절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기초연구 분야에서 연구의 수월성과 전략성, 안정성 확보 등의 측면을 모두 고려해 도약 연구 신설로 우수 성과자의 후속 연구를 지원하고, 개척연구를 통해 태동하는 분야의 과감한 연구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혁신·도전형 R&D에 1조원을 투자해 고위험-고보상형 R&D를 연구개발 시스템에 안착시키고 연구현장에서의 도전을 촉진시킨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계 관계자 B씨는 "어려운 실정에 놓인 과학기술계의 새로운 돌파법은 미국의 국제협력이나 막 시작했거나, 비판이 많고 돈 많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를 재단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