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위기의 中企·소상공인] ②고환율에 금융시장 불안…대출도 어렵다

고환율로 식품업계 등 수입 비용 부담 커져
은행권, 고환율·계엄에 대출 제한 강화
스마트공장·소상공인 대환대출 판매 중지
"정부 대출금 현금성 지원보다 근본 대책 마련"

박진숙 기자|2024/12/11 17:03
은행권 신용대출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을지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58세)씨는 요 근래 걱정이 매우 많아졌다.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그는 "불경기로 가뜩이나 손님이 많이 줄었는데 계엄령까지 선포하면서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 손님도 안 온다"면서 "대출 상환을 앞두고 있는지라 대출 연장이나 추가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데도 은행에서 안 해줘 완전히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고환율에 계엄령 선포로 국내 증시가 연저점까지 찍는 등 금융 시장도 불안해지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서 먼저 소상공인과 저신용자 등 자금 수혈이 시급한 사람에게 대출 문을 걸어 잠그면서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지난 3일 야간 거래에서 1442원까지 뛰었다. 지난 4일에는 장중 한때 1446.5원을 기록했으며, 이날도 1432원으로 마감했다.
이미 은행들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자 대출 창구를 닫기 시작했다. 그러나 계엄령 여파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자금 수요가 시급한 중소기업 또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밀이나 대두 등 재료 대부분을 수입해서 만드는 만큼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계엄령까지 더해져 환율이 급등하다 보니 수입자재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자금 조달도 힘들어 대출도 갚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이자를 내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보니 채무자 10명 중 1명 꼴로 월급을 전부 대출 이자와 원금을 갚는 데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기준 대출자 1972만명 중 157만명은 연 소득 전부를 대출이자와 원금을 갚는데 썼다. 연 소득 70% 이상을 대출 상환에 쓴 사람도 270만명을 넘었다. 같은 기간 다중채무자는 총 452만명으로 전년 동기(448만명) 대비 4만 명(0.89%) 늘었다.

다중채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분기 기준 753조8000억원으로, 역대 2분기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대출금을 '돌려막기'한 후 갚지 못한 금액도 급증했는데, 같은 기간 다중채무자 연체액은 13조9000억원이었다.

대출금을 갚기 힘들어지다 보니 대출 연체율도 상승했다. 지난 9월 말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1%로 전년 동기(0.45%) 대비 0.16%p 올랐다. 연체 문제로 은행권에서는 개인사업자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스마트공장 혁신지원, 소상공인 대환대출 등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을 내년부터 중지할 예정이다.

그 때문에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대출절벽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계엄령 상황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탄핵 정국에서 은행들이 위기관리 수준을 더 높일 거로 예상되면서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대출절벽은 심화할 것"이라며 "정치적인 상황이 해결돼야 불확실성이 해소돼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나 정책 지원 등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연내 소상공인 저리 대출자금 2000억원을 추가 공급하는 등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관한 금융부담 완화를 추진할 계획이지만, 대출금 현금성 지원은 단기적인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출을 받아 연체금을 갚는 것은 결국 대출 및 연체 상황을 계속 유지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금융정책을 내놓아도 매출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계속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으므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