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헤어질 결심’...미술감독이 만든 ‘영화 속 세상’

주독일한국문화원 '씬의 설계'展 13일 개막...내년 4월 24일까지

전혜원 기자|2024/12/12 11:12
'씬의 설계: 미술감독이 디자인한 영화 속 세상'전이 열리는 주독일한국문화원 전경. /주독일한국문화원
한국 영화 미술의 세계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독일에서 열린다.

주독일한국문화원(원장 양상근)은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과 함께 13일(현지시간)부터 독일 베를린에 있는 주독일한국문화원에서 특별전 '씬의 설계: 미술감독이 디자인한 영화 속 세상'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영화의 성공 비결을 미술감독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자리다.
주독일한국문화원 관계자는 "한국 영화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영화감독 뿐 아니라 미술감독들이 성취한 '프로덕션 디자인'의 역할이 큰 몫을 차지했다"면서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큰 성공을 거둔 K-무비 속에서 프로덕션 디자인이 해온 역할을 집중적으로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스크린에 보이는 영화의 외양과 시각을 디자인하는 일로, 1939년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처음 도입됐다. 한국 영화계에서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특별전은 한국 영화 미술의 선구자이자 대표격인 미술감독들의 작업 과정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프로덕션 디자인이 어떻게 영화 제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조명한다.

첫 섹션의 주인공은 류성희 미술감독이다. 영화 '아가씨'로 2016년 칸 영화제에서 '벌칸상'을 수상한 류성희 디자이너는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암살', '헤어질 결심' 등 수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벌칸상'은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 중 미술, 음향, 촬영, 편집, 시각효과 등에서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이룬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번외상이다. 칸 영화제에서 미술감독에게 이 상이 주어진 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가씨'(2016)와 '헤어질 결심'(2022)의 프로덕션 디자인 과정을 상세히 소개한다. 그의 상징적인 '벽지' 디자인과 관련된 스케치, 도면, 현장 사진은 물론, 작업의 뒷이야기를 담은 사전 조사자료와 로케이션 사진도 공개된다.

주독일한국문화원(원장 양상근)은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과 함께 13일부터 독일 베를린에 있는 주독일한국문화원에서 특별전 '씬의 설계: 미술감독이 디자인한 영화 속 세상'을 개최한다. /주독일한국문화원
'한국 영화 미술의 살아있는 역사'로 통하는 조화성 디자이너는 '초록물고기'부터 '한산: 용의 출현'까지 수많은 작품을 통해 한국 영화 미술의 발전에 기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디자인한 거북선과 판옥선, 안택선의 작업 과정이 3D 그래픽과 영상으로 재현된다. 관람객들은 실제 배 내부를 탐험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한아름은 최신 한국 영화 미술을 이끄는 주역 중 한 명이다. 그는 영화 '킹메이커'와 '길복순'을 통해 주목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콘셉트 디자인' 과정을 중심으로, 영화의 비주얼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단계들을 보여줄 예정이다.

양상근 주독일한국문화원장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도시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가 영화 미술의 관점에서 K-무비의 저력을 소개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4월 2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