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엔 화려한데”…돈 못버는 AI기업들

미국 IT매체 "오픈AI 올해 적자 50억달러"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도 여전히 적자

연찬모 기자|2024/12/12 16:26
리벨리온은 국내 AI 반도체 분야의 대표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최근 사피온코리아와 합병하는 과정에선 무려 1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미래의 '몸값'이 그 정도로 높아질 것이란 평가다. 그런데 창업 4년차인 리벨리온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지난해 매출은 27억3500만원, 영업적자는 159억원이었다.

AI(인공지능)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인가.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AI 대중화가 성큼 다가올 것이란 기대가 많은 가운데, AI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하다. AI 기업 범위를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현 시점에서 엔비디아를 제외한 대다수 AI 기업들이 이렇다 할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제조·서비스 기반이 없는 AI 기업들이 특히 그렇다. 일각에선 '외화내빈(外華內貧)'에 그치고 있단 평가도 적지 않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2022년 오픈AI의 '챗GPT' 출시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AI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외 빅테크들도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으며 자체 AI 모델과 서비스 개발에 전력투구 중이다. 챗GPT를 시작으로 구글 '제미나이', 아마존 '타이탄', 메타 '라마' 등 빅테크들이 구축한 AI 모델도 다양하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SK텔레콤, 리벨리온 등이 공격적으로 AI 관련 사업을 전개 중이다.
그런데 실제로 돈을 버는 AI 기업은 극소수다. 오픈AI부터 그렇다.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올해 오픈AI의 적자 규모가 50억 달러(약 7조원)를 넘어설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는 올해 예상 매출액인 37억 달러(약 5조3000억원)보다 높다. 2028년까지 누적 적자는 440억 달러(약 63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전세계 챗GPT 유료이용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지만, 흑자전환 시기는 2029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15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리벨리온과 합병한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코리아는 같은 해 259억원 적자를 냈다. 동종 기업인 퓨리오사AI도 600억원의 적자를 봤다. 네이버와 SK텔레콤도 AI 수익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투자 회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투자가 심심치 않게 이뤄지고 있다"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임은 분명하지만 사실상 태동기인 만큼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대와 달리 수익성이 저조한 이유는 대규모 연구개발(R&D) 비용과 운영 비용 등에 있다. 오픈AI의 경우 매년 R&D 비용만 70억 달러(약 10조원)에 달한다. 구글도 자체 AI 모델 '제미나이 울트라'의 학습비용에만 1억9000만 달러(약 2722억원) 이상을 투입한 바 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선 B2B(기업간거래) 공략이 필수이지만, AI 환각 현상과 저작권 침해 등 법·윤리·기술적 이슈로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럼에도 AI 수익화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분석도 있다. 아직 시장 개화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AI 분야 투자는 크게 확대됐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글로벌 정부·민간 분야 AI 투자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AI 투자 규모(정부+민간)는 1419억 달러(약 203조원) 수준이다. 이는 2015년 329억 달러(약 47조원)와 비교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한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생성형 AI를 포함한 전세계 AI 시장 규모가 지난해 1502억 달러(약 215조원)에서 오는 2030년 1조3452억 달러(약 1927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LLM, AI 에이전트, 온디바이스AI 등이 나와있지만, 누가 먼저 수익모델을 찾아내느냐가 향후 AI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