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성추행 당했다”…프랑스 의료계, 간호사 ‘미투’ 확산
전문간호인 2명 중 1명 "성범죄 피해 경험 있다"
생각보다 높은 피해 실태에 프랑스 사회 충격
임유정 파리 통신원 기자|2024/12/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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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전국간호협회가 전문 간호인 2만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범죄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49%가 '근무 중 언어적·비언어적 성범죄 피해를 겪은 적 있다'고 응답해 사회적 충격을 줬다.
그 외 39%는 '성별 때문에 부적절한 일을 겪은 적 있다', 21%는 '성희롱을 겪었다', 4%는 '성추행을 당했다', 0.13%는 '성폭행을 당했다'라고 답했다.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공립병원·개인병원·학교 양호실·직장 양호실 등 근무 환경에 상관없이 모든 곳에 존재했으며, 가해자는 환자·동료·상사 등으로 다양했다.
의료활동 중 이러한 성범죄를 경험한 간호사는 비단 로헝스뿐만이 아니다. 전문 간호인 2명 중 1명이 '성범죄 피해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만큼 프랑스에선 매일 간호사를 상대로 한 성범죄가 발생한다. 실바인 마지에르-토헝 전국간호협회장은 "프랑스 간호사 성비가 여성 88%, 남성 12%임을 고려하면 여성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비율은 조사에서 나타난 49%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비 간호사들은 전문 간호인이 되기 전부터 성범죄에 노출됐다. 전국간호대학생협회가 지난 2022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의료 기관에서 수습기간 중 성희롱을 당한 학생의 비율은 6명 중 1명이었다. 이오나 드니 전국간호대학생협회장은 "간호대 학생들의 경우 학생이라는 지위 때문에 성범죄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드니 회장은 "특히 채용 연계형 인턴십의 경우 성범죄 사실을 알림으로써 채용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피해 학생이 참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간호협회가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습 기간에 성범죄 피해를 겪었다'고 응답한 간호사는 4명 중 1명이었다.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상시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의료계에서 신규 간호사 유입을 막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마지에르-토헝 회장은 이날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프랑스 보건부에 성범죄를 예방하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 간호사의 경우 성범죄가 일어나더라도 계속해서 같은 환자의 간호를 담당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 성범죄가 일어날 경우 가해 환자의 간호 활동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수사기관이 아닌 의료기관 내에서 성범죄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안서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