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화가 나도 말로 풀어요”… ‘마음읽기’로 학폭 예방
대구 지산초 '마음학기제' 수업 탐방
우울·불편한 마음 해결방법 물었더니
"유튜브 봐요" "매운음식으로 풀어요"
스스로 마음 이해하고 표현하며 성장
감정조절력·회복탄력성 향상 교육
박지숙 기자|2024/12/1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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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대구 지산초등학교 5학년 2반 교실의 '마음학기제' 수업시간. 학생들은 수업 시작부터 안예은의 노래 '문어의꿈'을 신나게 부르며 노래 속 문어의 불편한 감정을 찾아냈다. 이어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우울하고 불편한 마음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분은 어떻게 하나요?"라고 묻자,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을 앞다퉈 말한다. "좋아하는 과자를 먹으면서 유튜브를 봐요", "혀에 불이 날 정도로 매운 걸 먹거나 인형을 막 때려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등 각자 다른 해소법에 웃기도 하고 "OO이의 방법은 저도 써먹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등으로 공감하기도 했다.
대구시교육청이 시범운영 중인 '마음학기제'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대책으로 실시되고 있다. 마음교육의 목표는 감정조절력과 '회복탄력성'을 향상시켜 마음의 힘을 기르는 데 있다.
대구교육청은 마음학기제 운영 후, 실제 학교폭력 피해가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 1차 학교폭력실태조사에서 대구의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0.9%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고, 학교폭력 피해율도 전년 대비 56.6% 감소했다. 이에 '마음학기제'는 교육부에서 실시한 '2024년 시도교육청 평가'의 국가시책 추진실적 정성평가 중 '학교 폭력 근절노력'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학생들 역시 변화를 느끼고 있다. 허강율군은 "전에는 친구랑 싸울 때 막 치고받고 싸웠는데, 수업 듣고 나서부터는 말로 하고 서로를 배려한다"고 자신의 변화를 기뻐했다. 유채희양도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곤 했는데, 이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나' 하면서 감정을 다스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정희 담임 교사는 "학교폭력은 서로 이해가 안돼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내 마음과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고 서로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면서 학교폭력이 예방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지지받는 게 가장 큰 변화"라며 "초등 마음 교육에서는 가장 큰 목적이 정서 조절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구교육청은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갈등 조정과 관계 회복을 위해 '관계회복지원단',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담지원기관인 '마음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관계회복지원단은 갈등 조정자 연수를 이수한 교원을 중심으로 꾸려진다. 희망자에 한해 학교폭력으로 인한 전학이나 자퇴 등 징계를 밟기 전에 학생의 잘못을 알려주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지원단에서 올 1학기에 6개월 동안 대화 모임을 57건 진행한 결과 1건을 제외한 56건이 당사자 간 관계 회복이 돼 자체해결 및 소송취하가 됐다. 마음봄센터는 교육부의 시범사업으로 대구와 광주, 전국에 2곳 있다. 하루 3~6시간, 최대 3개월간 이용이 가능하다. 아이들은 그림, 모래놀이 등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며 치유한다.
문제는 관계회복지원단에 대한 학교와 학부모의 수요가 많지만 교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관계회복지원단 주축교사는 8명과 현장실천가 50여 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학교폭력은 철저하게 학교 시스템을 정비하고 현장에 도움을 줘야 하는데 인력이 보다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교육감은 교육부를 향해 "관계회복지원단 교원 TO를 꼭 좀 고려해서 넣어주시길 바란다"고 거듭 요청했다.
교육부는 대구의 모범사례를 바탕으로 학교폭력 예방 차원에서 관련 교재 개발과 사회정서역량 교사 연수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해숙 학생건강정책관은 "교육부는 좋은 사례들을 바탕으로 제도화하는 게 역할인데, 내년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 수립에 우수 사례로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구에서 시작한 마음교육도 내년에 전국적으로 확산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