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 초대 대통령 흔적 지우기 나선 카자흐스탄 정부

카자흐 상원, 국가기밀보호법 개정안 승인
전직 대통령의 개인정보 국가기밀로 전환

김민규 아스타나 통신원 기자|2024/12/13 10:04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월초 발생한 반정부 유혈시위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자신의 면책특권 박탈과 더불어 개헌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 공식 홈페이지
카자흐스탄 정부가 1991년 집권 후 '국부' 또는 '상왕'으로 불리면서 철권통치를 휘두르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초대 대통령(84) 흔적 지우기에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일간 텡그리뉴스지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상원의원실은 이날 전직 대통령의 개인정보를 국가기밀로 전환하는 국가기밀보호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누르토레 주십 카자흐스탄 상원 부의장은 "정보, 방첩, 군사 수색 작전 및 기타 활동 등 국가보안 등을 목적으로 분류된 여러 정보 외에 전·현직 대통령 및 직계가족·친척의 건상상태를 포함한 개인생활에 관한 정보 등 국가기밀로 분류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개정안 승인 취지를 밝혔다.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은 옛 소련 시절인 1989년 카자흐스탄 공산당 최고통치자인 제1서기(서기장)직에 올랐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부터 2019년 자진 사임할 때까지 약 30년간 대통령직을 지냈다. 특히 구소련 붕괴 직후 핵무기를 포기하고 러시아와의 경제 재통합을 추진하지 않았고, 집권 20년까지는 연 평균 10%에 달하는 강력한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을 추구하며 높은 국민 지지와 서구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더불어 2019년 조기퇴임 이후에도 본인·직계가족 면책특권을 포함해 국가안보회의 의장직과 집권여당인 누르오탄당의 의장직 등의 국가통치 권한을 자신에게 평생동안 부여하고 이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엘바싀 법안'을 만들어 '상왕 정치'를 펼쳤다.

하지만 장기독재와 더불어 대통령 일가들이 국가의 GDP 50% 이상을 장악하는 전횡, 2014년 자국통화 평가절하 등으로 악화된 경제난에 대한 누적된 국민 불만이 2022년 1월 발생한 사상 최악의 반정부 유혈시위로 이어지면서 실각의 시발점이 됐다.

특히 반정부 유혈시위의 원초적 원인으로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 지목되자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현 대통령은 석유·가스 에너지 국영기업과 의회를 장악하고 있던 대통령 일가 및 인사들을 대거 숙청하고 엘바싀 법안 박탈 내용을 담은 개헌을 두 차례에 걸쳐 단행했다.

이에 당시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 자신의 면책특권 박탈과 더불어 개헌을 지지하는 성명을 낸 후 2년간 공식석상은 물론 개인활동까지 철저히 모습을 감췄다.

이날 카자흐스탄 당국이 보안 상의 이유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보를 국가기밀로 전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초대 대통령이 올해 84세 고령인 관계로 일찍부터 건강 및 사망설이 나오고 있다"며 "대통령 및 일가에 대한 보안은 물론 중요하지만 초대 대통령의 사망을 계기로 기존 정치세력의 영향을 줄수도 있기에 국가기밀로 전환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난 30년간 암암리에 진행됐던 우상화 흔적을 지울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