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금감원에 ‘MBK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 조사 진정

"과거 112페이지 자료 넘겨받고 적대적 M&A에 활용"

안소연 기자|2024/12/15 16:31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달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박상선 기자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의 비밀유지계약(NDA) 위반과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에 대해 조사 및 검사가 필요하다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15일 밝혔다.

고려아연은 MBK 측이 과거 고려아연으로부터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 및 고려아연 기업가치를 전망하는 112페이지 분량의 미공개 컨설팅 자료를 넘겨받고 이 정보를 적대적 M&A에 활용해 시장 안정과 거래 질서를 해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와 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고려아연이 조사해달라고 진정한 대상은 김병주 MBK 회장과 MBK파트너스, MBK파트너스 스페셜시튜에이션스 주식회사, MBK파트너스 HK의 주요 인사들과 관련자들이다.

고려아연은 해당 법인들의 주요 종사자들을 성명불상자로 기재해 진정하면서, MBK 소속으로 각종 위법행위 실행을 결정한 사람, 그 실행을 지시한 사람과 그러한 지시에 따라 위법행위를 수행한 사람이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에 한정해 보면 바이아웃 부문의 대표로서 이 사건 공개매수에 장형진 영풍 고문과 함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 김광일 부회장, 이 사건 비밀유지계약의 서명 당사자인 MBK HK의 민병석 최고운영책임자, 스페셜시튜에이션스 부문 대표인 부재훈 부회장, MBK의 모든 사업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피진정인 김병주 회장이 고려아연 기업가치에 대한 중요한 비밀정보를 이 사건 공개매수에 활용하도록 결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MBK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을 금지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제174조를 위반한 것으로 봤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미공개중요정보란 '상장법인의 경영이나 재산상태, 영업 실적 등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부 정보로서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의 것'을 말한다.

진정서에는 MBK 측이 내놓은 해명이 사실과 전혀 맞지 않는 여러 정황들도 담겨 있다고 고려아연 측은 설명했다. 앞서 MBK는 비밀 정보를 취득한 스페셜시튜에이션스 부문과 고려아연 적대적 M&A를 진행하는 바이아웃 부문 간 정보 교류 차단 장치인 '차이니즈월'이 작동하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공개된 자료 등을 통해 확인 결과 과거 MBK가 일본의 아코디아 골프 뿐 아니라, 중국 렌트카 업체 CAR를 인수할 당시에도 바이아웃과 스페셜시튜에이션스 두 부문이 공동으로 투자 활동에 관여했던 정황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MBK가 해명 과정에서 준법 감시팀의 검토와 승인을 거쳐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확인했다고 언급한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으로부터 넘겨 받은 비밀 자료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비친 꼴이라는 것이다.

고려아연 측은 "금감원이 위법 행위 대해 엄정히 조사하고 책임을 명확히 규명해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 드리는 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