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로] 흔들리는 K방산, ‘방산 중소기업’들부터 보호해야

지환혁 기자|2024/12/18 09:10
지난달 18일부터 3주간의 일정으로 전남 상무대와 대전 자운대 병과학교 등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2024년 후반기 육군 국제과정의 'K2전차 기본과정'에 참가한 카타르군 교육생(왼쪽)이 K2전차 운용 노하우를 교육 받고 있다. /제공=육군
야당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추진으로 인해 각계의 혼란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경제 승부처 중 하나였던 K방산이 흔들리고 있다. 윤 정부는 K방산을 통해 요동치는 세계 경제 불황 속에서 우리 경제의 희망을 보여왔다. 원전산업과 방위산업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우리나라 위상도 제고했다. 그러나 이번 탄핵으로 순항하던 K방산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얕은 정책적 기반 위에 K방산을 간신히 떠받치고 있는 방산 뿌리기업인 '방산중소기업'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9일 급히 폴란드로 날아가 파베우 베이다(Paweł Bejda) 폴란드 국방차관과 만났다. K2전차의 2차 계약 이행이 난항을 겪으면서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석 청장은 지난 9월 폴란드 키엘체(Kielce)에서 열린 '제32회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에 참석해 K2전차 수출 2차 이행 계약 논의를 펼친 지 약 석 달만에 다시 방문했다. 우리 정부의 상황과 현지 협상 문제가 맞물리면서 석 청장이 폴란드 군 당국과 신뢰를 재확인하기 위해 재방문할 수 밖에 없었다.

애초 업계에선 2차 이행 계약이 지난 10월 초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말까지도 계약 체결이 미뤄졌다. 가장 큰 이유는 폴란드 국영방산업체 PGZ가 폴란드 정부에 K2PL(K2전차 폴란드향)의 가격을 높게 제시한 점이 꼽히지만, 현재 윤 대통령의 탄핵과 국방부 장관의 공백이 굳건하던 K방산의 수출 가도에 균열을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 세계 방산업계의 신뢰가 떨어진데다 방위산업 정책의 주요 결정자가 유고 상태가 됐다. 기술 이전 등 현재 논의 중인 사안이 국가 안보와 직결돼 있어 주요 결정자의 공백은 계약 시점 등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하면서 K방산이 더욱 활약해야 할 시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같은 타이밍에 불안한 정국과 맞물린 폴란드와 계약 이행 지연 소식은, 우리나라 방위산업 뿌리기업들을 흔드는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악재에도 불구하고 K방산은 나아가야 한다.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고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방산 중소기업'들을 보호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방산 중소기업들에게 어떠한 이정표도 제공해 주지 못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악재에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는 튼튼한 K방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방산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우선적으로 마련하고, 기술력과 품질로 글로벌 방위산업을 선도하는 여러 첨단IT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의 육성이 절실하다. 우리나라가 지금 수출하고 있는 첨단 무기들의 가격 경쟁력은 중소기업의 열정과 헌신에 의해서 생산되고 있다. 그들의 열정이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도록 정책 입안자들과 결정권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