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헤 파르도 조명들 전혜원 기자 | 0 | 쿠바계 미국 작가 호르헤 파르도의 조명 조각들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 걸려 있다. /사진=전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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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조명들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의 천장과 벽면에 걸렸다. 신비롭게 빛나는 조명들은 벌집이나 분자 등 생물의 유연한 구조를 연상시킨다. 이는 쿠바계 미국 작가 호르헤 파르도의 조명 조각들이다. 레이저 커팅 기술을 활용해 섬세하게 제작된 이 작품들은 독창적인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PKM갤러리에는 파르도의 페인팅, 드로잉, 가구, 카펫 등이 함께 전시돼 인테리어 전시장을 연상시킨다. 파르도는 디자인과 순수미술의 영역을 융합해 공간의 미학을 극대화한 작업으로 유명한 작가다.
| 호르헤 파르도 전혜원 기자 | 0 | 자신의 작품 앞에 선 호르헤 파르도. /사진=전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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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인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그의 작업은 미술과 디자인, 인테리어, 건축 등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른다. 작가는 집을 미술관으로 변모시킨 작업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는 LA 현대미술관의 제안으로 1998년 미국 LA의 주택가 언덕 꼭대기에 직접 집을 짓고 내부를 꾸몄다. 조명과 가구, 타일 등을 직접 제작하고, 벽에는 그가 고른 작품들을 걸었다. 파르도의 집은 예술작품인 동시에 미술관으로 관람객을 맞았다.
또한 그가 다년에 걸쳐 멕시코 유카탄 정글의 저택을 생동하는 작품이자 '작품 안에서 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테코(Tecoh)' 프로젝트는 그의 역작으로 남아 있다. 2018년에는 프랑스 아를에서 바닥과 벽의 타일부터 가구, 난간, 샹들리에에 이르기까지 파르도의 예술 세계를 집대성한 호텔 '아를라탄'이 개관하기도 했다.
| 호르헤 파르도 전시 전경 전혜원 기자 | 0 | 호르헤 파르도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PKM갤러리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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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파르도가 2023~2024년에 제작한 램프 조각 14점을 비롯해 직접 디자인한 수납장, 벤치, 카펫 등을 함께 볼 수 있다. 작품명은 모두 '무제(Untitled)'로, 관람객이 뜻밖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하기 위한 의도다.
파르도의 시그니처 작업인 램프 조각은 그가 1980년대부터 지속해온 연작이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파르도는 "지난 30여 년 간 꾸준히 램프 조각을 작업해왔다. 램프를 상당히 좋아하고 모든 주제를 다루는 매개체로 쓴다"면서 "빛을 통해서 보다 복합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호르헤 파르도 작품 전혜원 기자 | 0 | 호르헤 파르도의 조명 조각. /사진=전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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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쿠바 아바나에서 태어난 파르도는 일리노이 대학교 시카고(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에서 생물학을,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의 아트센터 컬리지 오브 디자인(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그의 작업은 뉴욕 현대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런던 테이트 모던 등 전 세계 주요 미술 기관에 소장돼 있다.
파르도는 "어렸을 때부터 만들기를 좋아했지만 노동계급 가정에서 자라 문화 경험이 별로 없었다"면서 "대학에 가서 전문적인 문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무척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급변하는 미국에서 자라면서 나 자신에게도 많은 가능성이 열렸고 예술의 형식 또한 확장되고 변화했다"고 돌아봤다.
이번 전시는 PKM갤러리 박경미 대표와의 오랜 인연으로 열렸다. 박 대표는 지난 200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파르도의 초대전을 개최한 바 있다. 22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작가의 달라진 작품 스타일을 만나볼 수 있다.
PKM갤러리 관계자는 "파르도의 작품은 정적이면서도 위트를 가지고 있다"며 "디지털과 아날로그 작업 방식이 공존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11일까지.
| 호르헤 파르도 전시 전경 전혜원 기자 (2) | 0 | 호르헤 파르도의 조명 조각 전시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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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summerrain@as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