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 대신 코르시카섬 방문한 까닭은

마크롱 초대에도 "재개관식 주인공은 내가 아닌 대성당" 참석 고사

임유정 파리 통신원 기자|2024/12/16 17:37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코르시카섬 방문 일정을 마치고 아자치오 공항을 통해 떠나기 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오른쪽 첫번째)과 함께 프랑스 측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이어 교황의 코르시카섬 방문으로 프랑스 가톨릭계에 겹경사가 터졌다.

15일(현지시간) BFMTV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프랑스 코르시카섬을 전격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코르시카섬은 프랑스 남부 지중해에 위치한 섬으로, 바티칸 교황청에 따르면 코르시카 섬 인구의 80%가 가톨릭 신자다. 교황이 코르시카섬을 방문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현지 매체는 '교황의 역사적인 방문'을 대서특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프랑스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첫 번째는 교황직에 막 오르고 나서인 2014년 동부 스트라스부르를, 2023년 9월엔 남부 마르세유를 방문한 바 있다.
앞서 교황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지난 7일 있었던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직접 초대를 받았지만, "재개관식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대성당이어야 한다"며 고사한 바 있다. 교황은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엔 참석하지 않았지만, 대신 코르시카 섬을 방문해 프랑스 가톨릭계의 아쉬움을 달랬다.

곧 88세가 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주일 전 침대에서 낙상하며 옆 탁자에 턱을 부딪치는 경미한 사고가 겪었다. 그러나 휠체어와 교황 전용차인 '포프모빌' 등을 이용해 예정대로 코르시카섬을 방문해 신자들과 만났다. 교황은 15일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코르시카섬에 도착해 오후 7시 15분까지 머무르며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했다.

교황이 참석한 대규모 미사엔 미사가 열린 성당과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야외까지 포함해 약 1만7400명(경호처 추산)이 함께 했다. 미사뿐만 아니라 교황은 축도·성가·연설 등의 행사도 진행했으며, 연설에선 특히 중동 전체와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울러 전날 강력한 허리케인 '치도'의 상륙으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프랑스 해외영토령 마요트섬에도 '정신적으로 지지한다'라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인도양에 위치한 마요트섬은 14일 상륙한 허리케인으로 지금까지 14명의 사망자와 25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한편, 교황은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 참석을 고사하며 만남이 불발됐던 마크롱 대통령과 짧은 시간 독대하기도 했다. 1일 방문 일정을 마치고 코르시카섬을 떠나기 전 공항 라운지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만났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교황에게 책 두 권을 선물했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이 교황에 선물한 책은 '사르트르 노트르담 대성당에 보스 평야를 봉헌(1946)'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축(2024)'으로 모두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 관한 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