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걸림돌 해소했다” 현대모비스, 배터리 열관리 신기술 개발

알루미늄 합금과 냉매 활용
배터리 내부 온도 효과적 낮춰
안전성 효율성 잡아 캐즘 돌파

김정규 기자|2024/12/17 17:23
배터리셀 냉각용 PHP./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사전에 제어할 수 있는 '진동형 히트파이프(Pulsating Heat Pipe)'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기술은 초고속 충전 중 발생하는 배터리셀의 과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배터리 안전성과 충전 시간 문제를 해결할 핵심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배터리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현대모비스의 신기술이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알루미늄 합금과 냉매로 구성된 초슬림 냉각 소재인 '진동형 히트파이프'를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양산 준비를 완료했다.

전기차 배터리시스템(BSA)은 일반적으로 다수의 배터리 모듈(BMA),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냉각팬, 전자 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핵심인 배터리 모듈은 여러 개의 배터리셀을 층층이 쌓아 구성되는데, 충전 중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화재 위험성이 높아진다.
현대모비스는 이번에 개발한 진동형 히트파이프를 배터리셀 사이에 배치해, 각각의 셀에서 발생하는 열을 냉각블록으로 신속히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급속 충전 시 영상 60℃까지 치솟는 배터리 내부 온도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대량 연속 생산이 가능한 프레스 공법을 적용해 진동형 히트파이프의 제조 공정을 단순화했다. 이를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추면서도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두께 역시 기존 히트파이프 보다 8배 얇은 0.8㎜에 불과하다.

해당 기술은 단순히 배터리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기차 충전 시간을 크게 단축해 전기차 사용자의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초고속 충전 지원 여부가 중요한 하이엔드 전기차에 우선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진동형 히트파이프 개발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열 관리 기술에서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지난 10월 개최한 R&D 테크데이에서 향후 2~3년 내 상용화할 수 있는 65종의 신기술을 공개한 바 있으며, 진동형 히트파이프도 이 자리에서 소개됐다.

현대모비스는 배터리 화재 시 불이 덜 번지거나 나아가 불을 끌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배터리 모듈 단계에서 안정적인 열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뿐만 아니라, 셀 단위의 문제가 전체 시스템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기술도 병행 개발 중이다.

동시에 현대모비스는 배터리셀-모듈-팩으로 이어지는 기존 시스템 단계를 '배터리셀-팩'으로 간소화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증가시키는 동시에 구조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영국 현대모비스 전동화엔지니어링 실장은 "향후에는 시스템 자체적으로 화재를 제어하거나 불을 끌 수 있는 기술까지 구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