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규제 완화’ 방카슈랑스… 은행·보험사·고객 윈윈
5대 시중銀, 수수료익 기여도 8.7%
위축된 영업환경에 추가성장 어려워
유수정 기자|2024/12/1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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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들어 금융당국이 일명 '25%룰'을 손보기로 하면서 은행의 방카슈랑스 영업환경이 개선될 전망이다. 보험사별 판매 비중 제한이 완화될 경우 경쟁력 있는 상품을 권유하는 데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올 3분기까지 방카슈랑스로 벌어들인 수수료이익은 3225억원으로 전년 동기 2587억원 대비 24.7% 증가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지난해 판매 성과가 부진했던 기저효과 덕이라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방카슈랑스 판매 수수료이익은 3344억원으로 전년도 4131억원 대비 19.1% 감소했다. 은행 전체 수수료이익에서 방카슈랑스가 기여하는 비중 역시 2022년 9.3%에서 올 3분기 기준 8.7%로 0.5%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보험사들이 IFRS17 대응 차원에서 저축성보험 포트폴리오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그간 방카슈랑스는 상대적으로 상품구조가 간단하고 은행 예·적금과 비슷한 저축성보험을 주로 판매해 왔는데, 공급 규모가 줄면 판매량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등 굵직한 보험사들이 효율성 등을 이유로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철수한 만큼 은행은 '25%룰'을 지키며 보험 판매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5%룰'은 계열 혹은 특정 보험사에 대한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사별 판매 비중이 전체의 25%를 넘을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지난 2003년 도입된 이후 20년 넘게 유지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보험사들이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잇달아 철수하면서 은행은 25%룰을 지키며 영업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해당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시범운영 1년차에는 33%, 2년차에는 50%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한 뒤, 의견을 수렴해 정식 제도화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자회사로 은행과 보험사를 둔 금융지주사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규제 완화로 은행이 계열사 보험상품을 집중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수수료 수익을, 계열 보험사는 보험 판매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KB, 신한, 하나, NH농협금융은 모두 생, 손보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금융 역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판매 규제 비중과 상관없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상품을 권유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는 만큼, 보험사들도 방카슈랑스 전용 상품을 보다 확대하고 상품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더욱 열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이는 소비자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비교해 소비자들의 금융 지식이 높아진 덕에 단순히 자사 몰아주기성 상품 소개나 수수료율이 높은 상품을 권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판매 상품 제한으로 성장이 제한된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판매 비중 규제 완화 조치는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