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못살리면 ‘스텔란티스 日버전’… “현대차엔 반사이익”
닛산·혼다 합병 추진
中 BYD 급부상에 따른 지각변동
규모의 경제로 EV전환 달성 계획
전문가 "현대차 잡기엔 시간 걸려"
김정규 기자|2024/12/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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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위기감의 방증… 中 급부상에 구조 개편 시작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닛산과 혼다의 합병 추진은 비야디(BYD)를 필두로 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급부상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며 중국과 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서 입지를 잃은 탓으로, 블룸버그 통신은 이를 두고 "일본 내 약세 기업 간의 방어적 합병"이라고 평가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닛산,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이 전세계에서 2400만대 정도 파는데, 중국 업체들은 자국에서만 3000만대를 판매할 정도"라며 "미국 진출을 못하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신흥국으로 진입하니 기존의 일본 업체들은 밀리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전까지만 해도 폐쇄적이었던 일본 업체들끼리 합병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자동차 업계의 구조 개편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전기차 대책 없이 몸집만 커지면… 현대차그룹에 반사이익 전망도
이번 합병 추진은 현대차그룹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닛산과 혼다가 합병 후 얼마나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전기차 구성 요소 및 차량 소프트웨어 공유, 배터리 공급망 협력 등의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협력할 경우, 연구개발(R&D) 비용 절감 및 판매망 통합 등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비용을 절약해 상품성 있는 차를 출시하면 장기적인 면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차기 시장인 전기차 등 미래차 경쟁력이다. 이항구 원장은 "일본 업체들이 전장의 디지털화가 늦어져 전동화 시대에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고, 현대차·기아와 달리 파나소닉을 빼면 배터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합병해도 현대차를 따라오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합병 시너지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스텔란티스의 사례가 꼽힌다. 스텔란티스는 2020년 미국 크라이슬러와 프랑스 PSA가 합병해 출범한 회사로, 초기에는 합병 효과를 보는 듯했으나 몸집만 커진채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으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현대차그룹은 스텔란티스의 부진에 따른 가장 많은 반사이익을 봤다. 스텔란티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합병 전 2019년 13%에서 올해 8%로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은 8%에서 11%로 가장 크게 성장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모빌리티 팀장은 "혼다와 닛산 합병도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유럽과 일본 완성차 업체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