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평’ 공급 기저효과… 몸값 뛰는 서울 대형아파트 ‘품귀’
전용 135㎡형 이상 0.72%로 적지만
중소형 공급 늘며 가격 강세 주목
강남·서초·여의도서 신고가 거래
대출 부담없는 큰손 수요층 영향
전원준 기자|2024/12/1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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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대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가정 형태가 2~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에서 부부와 자녀가 거주하는 핵가족 형태로 굳어지면서 '국민평형' 이하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진 데 따른 기저 효과로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18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2020년 1월부터 지난 11월까지 분양된 서울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 2만5583가구 중 전용 135㎡형 이상 물량은 단 183가구(0.72%)에 불과했다.
특히 집값 상승기를 거치며 아파트 매매 시세 및 분양가가 크게 오르자 비교적 자금 부담이 덜한 전용 84·59㎡형 아파트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에 따른 기저효과로 인해 대형 평형 아파트 희소성이 커지고, 가격 상승률도 가팔라지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주택 규모별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용 135㎡형 초과 아파트값은 전월 대비 0.42% 올랐다. 전용 85㎡형 초과∼102㎡형 이하 및 전용 102㎡형 초과∼135㎡형 이하도 각각 0.36%, 0.2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용 40㎡형 이하(0.09%), 전용 60㎡형 이하(0.17%), 전용 60㎡형 초과∼85㎡형(0.30%)보다 더 많이 오른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서울 주요 대형 평형 아파트에선 신고가 거래가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11차 전용 183㎡형은 지난달 10일 86억원(5층)에 팔렸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51㎡형도 지난달 2일 역대 최고가인 52억4000만원(6층)에 거래됐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65㎡형도 지난달 26일 59억원(9층)에 손바뀜됐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삼부아파트 전용 175㎡형도 지난 4일 44억5000만원(7층)에 집주인을 새로 찾았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는 "통상 대형 평형 아파트는 넓은 공간을 기반으로 한 쾌적함과 편의성이 높다는 점에서 고정 수요층이 존재한다"며 "특히 서울 주요 지역 대형 아파트 물량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매물보다 매수 문의가 비교적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대형 평형 아파트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공급 측면에서 소외를 받았던 서울 대형 평형 아파트 희소성이 부각되는 분위기"라며 "대출 규제가 요즘 집값 약세의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대형 아파트의 경우 대출 없이도 자금 조달이 가능한 수요층이 구매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가격 강세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분간 대형 평형 아파트값 상승세가 전망되지만,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가구 변화에 따라 중소형 평형을 제치고 다시 주택시장에서 강자로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