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재계·주주와 상법개정 토론…‘이사 주주 충실의무’ 갑론을박

투자자·경영진 각각 7명씩 토론…이재명 좌장
경영진 "사법리스크 증가로 경영 위축 우려"
투자자 "비례적 이익 받아들여 소액주주 보호"

유제니 기자|2024/12/19 14:3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Ⅱ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추진하기에 앞서 재계와 투자자 측의 의견을 모두 청취하고자 19일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좌장을 맡은 이번 토론회는 지난 금융투자세(금투세) 시행 여부 관련 토론회 이후 두 번째 정책 디베이트다.

이날 이 대표는 직접 사회를 보며 양측에 발언 기회를 제공했는데, 토론 중간 중간에 흐름의 주도권을 잡고 질문을 던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대표는 토론 시작에 앞서 "환율이 매우 불안정해 많은 분들이 걱정할 텐데 조속하게 시장이 안정되길 바란다"며 "대한민국 자본시장,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기업 활동이 매우 중요한데 한편으로는 기업을 구성하는 실제 소유자들인 주주가 부당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고 기업을 믿고 자본 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저도 한때 개미였다"고 털어놓으며 투자자 측 목소리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이어 "어려운 주제이긴 하지만 결국 결정을 해야 하고 민주당이 상당 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라며 "기업의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소액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위해 양측의 의견을 잘 듣고 합리적 의사결정에 이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변 토론회에는 경영진 측과 투자자 측에서 각각 7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재계는 주주에 대한 의무를 규정하는 데 대해 고소·고발 건이 늘어 기업의 경영 및 의사 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가 국내증시 이탈 문제를 해소하면서 기업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경쟁력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Ⅱ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먼저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주주 충실 의무를 상법에 반영하면 사법리스크 증가와 그에 따른 경영활동 위축, 기업가 정신 후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보시장법은 500개 정도 회사가 적용되는 반면 상법은 100만개 이상 비상장기업에까지 적용된다"며 "중소·중견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다. 상법 보단 합병·분할 등 사례에 '핀셋 규제'를 적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연중 심팩 최고책무책임자(CFO)는 "주주의 이해와 회사의 이해가 충돌하는 경우, 주주 간 이해가 충돌하는 경우 이사회의 의사결정 방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박광현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는 "우리나라 MZ 개미 투자자들은 한국장을 대거 이탈해 외국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하고 있어 버선발로 나가서 이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한국장이 미국 주식보다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을까가 중요한데 주주 충실 의무가 바로 제가 생각하는 상법개정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 연구소장은 "소액주주와 지배주주의 이해관계가 다른 것처럼 재계에서 계속 말하는데 주주이익은 지배주주나 수액주주나 다를 게 없다"며 "기업의 저력을 믿고 좋아해서 주식을 사는 건데 소액주주를 태클 걸려고 하는 사람처럼 보는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이어 "재계는 결국 비례적 이익을 못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상장시킨 순간 회사는 이미 내 품을 떠난 자식이라는 걸 알아야 하는데, 한국 기업인들은 그걸 못하는 것 같다.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규모 투입된 순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자식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런 구시대적인 문화를 깨뜨리는 첫 발자국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라고 투자자들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토론을 마무리하며 "주주들의 이익이 결국은 회사의 이익이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하는데, 주주 중에 아주 극히 일부 때문에 충돌한다"면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달 이사 충실 의무 대항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적 있으나 재계의 우려를 고려해 배임죄 구성 요건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개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은 법사위 소위원회에서 오는 30일 공청회를 여는 등 내년 초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