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매입에 이미 1조원 이상 쓰는데…개악된 양곡법에 韓 거부권
남는 쌀 의무 매입에 가격 떨어지면 정부 보전 내용 추가
보관료 4년 새 30%↑…"자유시장 경제·농업 미래 무너뜨려"
홍선미 기자|2024/12/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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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고, 쌀값이 평년 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양곡법 개정안의 경우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시행할 경우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권한대행이 야당의 강한 압박에도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양곡법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다는 판단과 함께 국가 미래를 최우선에 둔 소신 행정으로 50년 넘는 공직생활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쌀 소비가 줄어들며 남아도는 쌀이 많은 탓에 2019년 905억원이었던 쌀 보관 비용은 4년 새 30% 이상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미 쌀 매입과 보관에 매년 1조원이 넘는 세금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쌀 과잉생산은 물론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2022년 24만8000t 수준이었던 쌀 초과생산량은 2030년 64만1000t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양곡법 개정안대로 쌀 의무 격리 시 내년 약 1조원, 2030년 1조4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반면, 쌀은 연평균 43만t 초과 생산돼 산지 쌀값은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강행처리한 양곡법 등 농업 4법 개정안을 거부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번에 단독 처리한 양곡법 개정안의 경우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인다는 내용뿐 아니라 기존에 없던 '양곡 가격 안정 제도'까지 추가돼 '개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 4법을 '농망(農亡) 4법', 자유시장 경제 원칙과 농업의 미래를 무너뜨리는 법이라고 지칭하며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송 장관은 이날도 브리핑을 통해 양곡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송 장관은 "이 법은 집행이 곤란할 뿐 아니라 부작용이 명약관화하다"며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재의 요구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농촌은 나라의 근간이고 농업인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은 국회와 정부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법 개정 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실행 가능한 대안을 추가로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송 장관은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 고착화, 이로 인한 쌀값 하락 심화, 쌀 이외 다른 작물 전환 저해, 막대한 재정 소요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