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발 美금리인하 속도조절 ‘쇼크’… 원화·증시 ‘동반급락’

전날보다 16.4원 오른 1451.9원 마감
美연준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 영향
최상목 "시장 안정 조치 신속 시행"

이충재 기자|2024/12/19 17:57
19일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50원선을 돌파했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축소될 것이란 전망에 '달러 초강세' 현상이 나타난 영향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환율에 금융시장 '발작'

이날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거래 종가 보다 16.4원 오른 1451.9원에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보다 17.5원 치솟은 1453.0원에 개장하며 빨간불을 켰다. 장중 환율이 1450원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3월 16일 이후 15년9개월 만이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이날 0.04% 상승한 108.17까지 치솟으며 2022년 11월 10일(110.99)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이날 코스피도 2%가까이 빠지며 하락장을 연출했다. 외국인은 하루만에 40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1430원 선을 넘어서며 '환율 1400원'이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사던 상황이었다. 여기에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방향 조정 전망이 더해지며 환율을 비롯한 금융시장이 뒤흔들린 것이다.

무엇보다 제롬 파월 의장이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추가 조정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한 시점"이라고 밝힌 것이 '시장 발작'을 일으키며 달러 강세와 함께 증시가 급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파월 의장의 "연준은 비트코인을 소유할 수 없다"는 발언에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도 급락했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10만300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파월의장의 발언에 10만300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정부·한국은행 긴급진화 나서…"외화결제 탄력적 조정"

이에 정부도 긴급진화에 나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24시간 금융·외환시장 점검체계를 가동하면서 과도한 변동성에는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도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신속하게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과 기재부는 원·달러 환율 안정 차원에서 이달 말로 만료되는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계약 기한을 내년 말로 연장하고, 한도도 기존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증액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필요한 달러를 현물환 시장에서 사들이는 대신 외환 당국에서 달러를 구하면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업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한 은행들에게 "최근 외환시장의 변동성 우려를 고려해 기업들의 외화결제 및 외화대출 만기의 탄력적 조정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은행권이 외화결제 및 외화대출 만기 조정에 나서면, 주요 기업들은 최근 급격하게 오른 환율로 외화를 마련할 필요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