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유일 대만 외교’ 파라과이서 중국 스파이 행각 포착

아순시온 소재 대사관저 염탐 활동 포착
수사 당국 "특정 목적 정보 수집 추정"
중국, 파라과이에 대만과의 단교 압박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기자|2024/12/20 11:24
지난해 4월 29일(현지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 주파라과이 대만 대사관 앞에 있는 대만과 파라과이 국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연합뉴스
중국이 파라과이에서 외교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스파이 행각을 벌이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파라과이와 대만 간의 단교를 압박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남미에서 유일하게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파라과이에 단교를 요구하고 있다.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는 19일(현지시간)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아시아계 남성이 파라과이 주재 대만 대사의 관저를 염탐하다 발각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 보강 의지를 천명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카리나 엘리온 검사는 "아직 조금 더 수사를 해야 한다"며 "다만 파라과이 주재 대만 대사는 안전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10월 9일 오전 1시쯤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 있는 대만 대사관저에서 발생했다. 유리창을 반쯤 내린 자동차에 타고 있던 아시아계 남성이 대사관저를 향해 전자장비로 보이는 물건으로 무언가를 겨누고 있다가 발각됐다.

최초 목격자인 대사관저의 현지인 직원은 관저를 경비하는 경찰에 즉각 신고했고 경찰이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접근하자 자동차는 바로 시동을 켜고 자리를 떠났다. 당시 자동차엔 해당 남성을 포함해 2명이 탑승해 있었다고 한다.

경찰이 CCTV에 찍힌 번호판을 조회한 결과 문제의 자동차의 소유주는 파라과이에 있는 회사인 화웨이 테크놀로지였다.

현지 언론은 "검찰이 아직까지 밝혀내진 못했지만 중국인 스파이가 모종의 장비를 이용해 도청이나 감청을 시도한 것이라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 소식통은 "아시아계 남성이 겨누고 있던 게 무기가 아니라는 점은 틀림없다"며 "특정한 목적을 갖고 정보를 수집하려 한 것이라는 추정에 가장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 후 파라과이 주재 대만 대사관에는 비상이 걸렸다. 파라과이 경찰은 경비를 즉시 강화했다.

지난달 26일에는 파라과이에서 중국 해커 조직의 공격 사건도 발생했다. 파라과이 정보기술부는 파라과이 주요 전산망이 해커의 대규모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파라과이 주재 미국 대사관은 "파라과이 외교 관련 전산망을 노린 대규모 해킹 시도가 있었다"고 공식 확인했다.

현지 언론은 "중국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사이버 스파이 조직 플랙스 타이푼(Flax Typhoon)이 해킹 공격의 주체였다"며 파라과이 외교 전산망이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고위 관계자는 "시진핑 정부가 배후에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이 파라과이와 대만의 단교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파라과이에 "중국과 대만 중 택일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 외교관 추방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파라과이는 지난 5일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제19차 정기회의 참석차 파라과이를 방문한 중국 대표단의 쉬웨이 중남미 특사를 추방했다.

사유는 내정 간섭이었다. 쉬웨이 특사는 유네스코 회의에 불참하고 파라과이 의원들과 만나 대만과의 단교를 요구했다.

이어 현지 언론에 "(파라과이는) 중국과 함께할 것이냐 대만과 함께할 것이냐"며 외교적 결단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빠른 시일 내 올바른 결정을 내리길 조언한다고 압박했다.

현지 언론은 "세계에서 대만과 수교한 국가는 이제 12개국밖에 남지 않았다"며 중국의 로비와 압력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