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깡통전세’에 어쩔 수 없이…세입자 ‘경매 셀프낙찰’ 10년 만에 최다

김다빈 기자|2024/12/22 09:50
서울의 한 주택 밀집지역 모습./연합뉴스
올해 전세사기와 '깡통 전세'(매매가격보다 전셋값이 더 비싼 주택) 등의 이유로 경매에 나온 전셋집을 세입자가 스스로 낙찰받은 사례가 1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 유찰이 계속되며 집이 팔리지 않자 이미 보증금을 잃은 상황에서 추가 손해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낙찰받은 임차인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수도권에서 경매에 나온 전셋집을 세입자가 직접 낙찰받은 '셀프 낙찰'은 총 87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이후 10년 만에 기록된 최대치다. 올해 건수 또한 지난해(427건)의 2배에 달한다.

셀프 낙찰은 대규모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진 2021년 223건에서 2022년 271건 등으로 4년 연속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역별로 서울에서 올해 509건의 셀프 낙찰이 이뤄져 2012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았다. 이는 수도권 전체 건수의 60%를 차지했다. 경기는 276건, 인천은 93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낙찰가격을 보면 이달 1~18일 수도권에서는 평균 감정가(2억6768만원)의 79%수준인 2억1060만원에 낙찰가가 형성됐다.

같은 기간 서울의 평균 낙찰가는 2억726만원으로 감정가(2억5786만원)의 80% 수준에 그쳤다.

경기는 2억9267만원에 나온 물건이 76% 수준인 2억2340만원에 평균적으로 낙찰됐다. 인천에서는 감정가 2억2천400만원의 79%인 1억7635만원 에 낙찰가가 형성됐다.

전세보증금이 집값보다 높은 깡통전세나 주인이 전세금을 떼먹은 전세 사기 등으로 경매에 넘어간 주택이 많았던 점이 셀프 낙찰 증가 및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된 주택들의 증가 이유로 꼽힌다.

임차인이 은행 근저당보다 선순위권자로 설정돼 있으면 응찰자가 쉽게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낙찰받은 사람이 낙찰 금액 외 임차인의 보증금까지 변제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낙찰을 꺼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유찰 사례가 반복되며 경매 과정 자체가 오래 지연되는 탓에 세입자의 셀프 낙찰 비율도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매각 물건 가격을 계속 낮춰도 응찰자가 나서지 않으면 법원이 경매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 다만 이후 해당 물건이 다시 경매 시장에 나오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렇다 보니 세입자 입장에서는 이런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자 전셋집을 낙찰 받는 셀프 경매를 택한다는 것이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피해를 본 곳에서 나가고 싶겠지만,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낙찰 받아 싼값에 판다든지 본인이 계속 거주하는 것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부동산값이 올라야 해결이 되는 문제"라며 "다만 아파트 시장도 좋지 않은 가운데 빌라 전셋값도 계속 떨어지고 있어 깡통전세와 전세 사기 관련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