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딸들이 기록한 엄마의 투병 일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별은 없지’

엄마의 암 진단과 치매, 죽음까지
류여해·류예지 자매가 쓴 그리움의 글들

전혜원 기자|2024/12/22 13:20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별은 없지' 표지. /실레북스
딸에게 있어 엄마는 최초의 친구이자 삶의 본보기다. 수없이 다투고 미워하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고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엄마와 딸이다.

법학자 출신 정치인인 류여해 수원대학교 특임교수가 올해 7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별은 없지'를 펴냈다. 책에는 2008년 4월 17일부터 2024년 7월 22일까지 엄마의 투병 일지가 담겼다. 류여해 교수가 기억을 살려 글을 썼고 동생인 류예지 작가가 글에 영감과 그리움을 더해 그림을 그렸다. 자매가 함께 기록한 엄마에 관한 그리움과 위로의 글들이다.

저자는 "세상의 모든 딸들이 겪을 엄마의 부재를 준비하고 대응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어서" 이 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암 진단을 받고, 여러 가지 항암 치료가 이뤄지고, 뇌전이에 따른 방사선치료 이후 인지장애가 생기고, 결국 엄마가 소변줄과 콧줄에 의지해 누워만 계실 때에도 저자는 '나에게 엄마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었다. 그러나 사망 선고가 이뤄지고 그토록 살리려고 애썼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의 죽음이 마치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절차에 따라 한 줌의 재로 남겨졌을 때 지독한 허무함이 밀려왔다고 한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식장을 결정하는 것부터 모든 것을 가족들이 이성적으로 결정해 나가야만 한다는 것이 참 이상하게 여겨졌다.

그렇게 엄마가 남긴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저자는 당연하다고 여긴 존재의 부재가 어쩌면 가슴 속의 어린아이를 떠나보내고 어른으로 자라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엄마의 장례식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은 없다. 내가 두려워했던 이별은 없었던 것이다. 5살 아기를 보냈다. 내가 생각하고 두려워해왔던 이별은 원래 없는 것이었는데…. 이제 깨달았지만 아마 그것도 때가 되었기에 지금 깨달은 것이겠지. 울고 있던 5살의 어린 여해에게도 이별을 고했다."(190쪽)

책의 제목은 저자가 박사 학위를 위해 독일에 있던 동안 엄마가 보낸 메일의 제목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서툴렀지만 엄마의 메일 한 자 한 자에는 딸에 대한 그리움이 배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별은 없지. 항상 생각하고 항상 그리워하니까." 유학 간 딸이 보고 싶지만 꾹 참아야 했던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문장이다.

딸은 엄마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그리움'의 진짜 의미를 알았다면, 엄마는 살아서도 딸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았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저자는 "부모의 죽음이 두렵고 무섭더라도 후회 없이 마음껏 사랑하라"고 말한다. "곁에 있는 가족이 떠나기 전에 그 무엇보다 지금이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길, 지금이 너무나 아까운 시간이라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충고한다.

류여해 수원대학교 특임교수.
류여해는 건국대를 졸업하고 이화여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독일로 건너가 예나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하며 법리해석, 해외 사례 연구 등을 통해 대법관들의 판결을 도왔다. 이후 국회 법제실로 자리를 옮겨 법제관으로 근무하며 입법에 관한 법제 업무 경험을 쌓았다. 아시아투데이 객원논설위원, 아투티브이 류여해 적반하장 진행자, 법무법인해 수석상임고문을 역임하고 있다.

동생인 류예지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세계대상전, MBC미술대전, 창작미술협회전 등에서 수상했다. 10여 회의 개인전과 수많은 기획전, 아트페어 등에 참가했으며, 20년째 한 남자고등학교에서 미술이 아닌 감성과 예술을 가르치고 있다.

실레북스. 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