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연간 2조원 적자’ 동력잃은 실손보험 개혁
이선영 기자|2024/12/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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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지난 16일 '제 5차 보험개혁회의' 개최 결과를 발표하면서 실손보험 개혁방안에 대해서는 별도 후속 보도자료를 내놓겠다는 방침만 내놨다. 19일 예정됐던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방안 관련 공청회도 연기됐다.
보험업계는 기대했던 실손보험 개혁이 차질을 빚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만년 적자 상품이어서 골치가 아프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18.5%로 100%를 웃돌고 있어서다. 연간 적자만 2조원에 달한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가입자에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다. 보험료로 100원을 받고 보험금으로는 118.5원을 지급했다는 얘기다. 실손보험을 많이 팔면 팔수록 보험사에는 손해인 셈이다.
3세대와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49.5%, 131.4%에 달한다. 특히 4세대의 경우 지난해 말 115.9%였던 손해율이 올해 들어 131.4%까지 치솟았다. 비급여 자기부담금을 높인 4세대 실손보험마저 손해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실손보험은 보험사의 계륵으로 전락했다.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으로는 비급여 과잉진료가 지목된다.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실손보험 가입 유무를 먼저 확인하 후 불필요한 치료를 권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병원이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과잉진료를 유도하면서 보험금 누수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 중 비급여 의료가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별로 비급여 항목의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실손보험금이 줄줄 샐 수 밖에 없다.
실손보험 개혁은 비급여 관리 강화와 상품구조 개선 등으로 추진돼 왔다. 핵심은 비급여 관리 강화다. 단순히 상품구조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실손보험 개혁이 힘을 얻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보험사들이 이번 정부의 실손보험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던 이유다.
실손보험 개혁이 추진 동력을 잃는 모습에 일부 보험사에선 "실손보험을 안 팔면 되지 않을까요?"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실손보험 개혁이 늦어질수록 피해를 보는 건 일반 가입자다. 비급여 관련 과잉진료는 보험금 누수,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로 이어진다. 결국 보험료가 인상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일부의 과잉진료로 인해 일반 가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실손보험 개혁에 대한 논의가 멈춰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