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학생·전공의 수도권 쏠림 심각…환자까지 원정진료

부산·경남 등 지역의료기관 전공의 지원 한자릿수
의대 중복 합격생들 수도권 대학 진학 위해 이탈
실제 지역의료 평가점수 차이 근소…"인식전환 필요"

이서연 기자|2024/12/23 15:08
서울 강남구 고속철도 수서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상경 뒤 서울 강남 일대 대형 종합병원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가 병원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연합
수도권 원정 진료 수요 증가와 의사들의 수도권 선호도 심화가 연쇄반응을 보이며 지방 의료체계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대중복 합격생들마저 수도권 상위 대학진학을 노리고 연쇄이탈하고 있어 지방의료 소멸 가속화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내년도 부산·경남 등 지역의료기관의 지원자는 평균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산대병원 전공의 지원자는 75명을 뽑으려 했지만 단 1명만 지원했고, 경상국립대병원은 지원자가 0명이다. 이에 대해 전공의 A씨는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취업은 수도권에서 하고 싶은 것은 일반 취준생들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인력난으로부터 시작된 지역의료 공급여건 악화는 환자들의 원정의료를 유발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2023년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의료기관의 타지역 환자 비율은 2013년 35.7%에서, 2015년 36.9%, 2017년 38.5%, 2019년 40.0%에 이어 2022년과 지난해 나란히 41.7% 기록했다. 올해도 40%를 넘긴다면 3년 연속 40%를 넘기는 셈이다.
실제 원정진료에 나서는 환자들의 질환은 대부분 생명과 직결되는 암같은 중증질환이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 암 환자와 심장질환자 증가율은 각각 18.2%와 23.1%였다. 뇌혈관질환자와 희귀난치성 질환자도 각각 26.6%, 32.0% 늘었다.

환자들은 이동에 따른 불편을 감소하더라도 서울지역 대형병원의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한다. 환자 A씨는 "KTX를 통해 이동시간이 줄었다고 하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 다른 지역에서 치료를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교통비 등 추가 경비, 수술 후 관리의 어려움, 긴 진료대기 시간 등을 고려하더라도 서울에서 치료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2023년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 평가, 응급의료평가, 수술별 진료량 평가 등에서 서울·수도권과 대구, 부산지역의 대형병원의 평가점수는 3%이내의 근소한 차이로 나타났다. 해당 평가는 △필수영역(시설·인력·장비 법정 기준 충족 여부) △안전성 △효과성 △환자중심성 △적시성 △기능성 △공공성 등 7개 영역 44개 지표에 대해 이루어졌다.

임재준 서울대병원 공공원장은 "대한민국 보건 의료의 개념적 변화와 인식전환이 이루어져야 지역의료의 공공성 담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역의료 보조방법은 은퇴의사 활용 정도가 있다. (은퇴의사 활용은) 좋은 방법이지만 의료인력난의 보조 정도로 그칠 확률이 높다. 사명감, 봉사정신으로 가는 경우를 기대해볼 수 있지만 투입되더라도 외래 진료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지역 내 환자 수가 적거나 환자의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의료기관의 적절한 수익성이 보장되기 어렵다"며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주거·교통·문화 등 의료 인력의 유입이 어려운 비경제적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