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제기했을 뿐인데 해고라니...” 공익제보자의 잔혹한 현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사회복지사 A씨 구제신청 나서
17일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원직 복직 결과 받아

강다현 기자|2024/12/23 17:41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의 한 빈민상담소에서 근무하던 사회복지사 A씨. 보건복지부장관·서울특별시장으로부터 10회에 걸쳐 표창장과 감사장을 받을 만큼 모범적인 직원이었다. A씨는 지난해 6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상담소는 식당·목욕탕·고시원을 운영하는데, 이용자 명단에 구치소 수감자와 병원에서 장기 요양 중인 주민들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복지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름들. A씨는 이상했고, 상담소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A씨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그의 문제제기는 직장내 괴롭힘으로 이어졌다. 상담소 소장은 "복지시설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다"며 "자진 사직하면 눈 감아 주겠다"고 A씨를 모함했다. 동료마저 가세했다. 그들은 A씨를 회의실에 가두고 사직을 강요하기도 했다. A씨가 거부하자 소장은 직위해제와 감봉 조치했다.

괴롭힘은 계속됐다. 상담소는 금품수수와 절도 혐의로 수차례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조사 결과는 무혐의였다. 상담소는 검찰에까지 문제를 제기했지만 A씨는 무고했다. 그러자 상담소는 지난 8월 또 다른 이유를 들어 A씨를 해고했다. 업무용 노트북 사적 사용과 사무실 카메라 무단 반출 등이 사유였다.
해고까지 당한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강사도 해촉됐다. 생계를 위해 다른 사회복지법인 14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A씨는 공익제보 한번 했다가 1년 6개월에 걸쳐 직장 내 괴롭힘과 보복소송으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소송 비용과 경력 단절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은 것은 덤이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온라인노조)는 A씨의 사건을 주목했다. 이 사건을 첫 번째 법률지원 사례로 선정하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나섰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7일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위원회는 상담소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정하고 원직 복직을 명령했다. A씨는 긴 싸움 끝에 작은 승리를 얻었다. 공익제보자가 처한 암울한 현실을 보상받기엔 초라한 승리였다.

최지원 온라인노조 사회복지지부 지부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사회복지시설에서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공익제보를 한 사람들이 오히려 낙인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공익제보자를 철저히 보호하고, 부당행위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보복하거나 취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노조는 앞으로도 사회복지시설의 불법과 비리 문제 해결을 위해 관계 기관에 철저한 감독과 단속을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