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용자 맞춤 운동까지 코칭”… ‘웨어러블 로봇’ 상용화 나선 삼성

보행보조 로봇 '봇핏' B2B 판매
의료·재활센터 등 헬스케어 기업 공략
운동 처방 프로그램 내년 출시 예정
AI 활용한 로봇 사업 본격화 신호탄
차세대 휴머노이드 개발도 검토 중

정문경 기자|2024/12/23 17:52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 분야에서 본격적인 '성과 창출'에 나선다. 첫 주자는 웨어러블(Wearable) 보행보조 로봇 '봇핏(Bot Fit)'이다. 지난 2019년 시제품을 선보인 지 5년 만에 봇핏 판매를 시작했다. 로봇은 이재용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신수종 사업이다. 이번 봇핏 판매를 시작으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삼성전자 로봇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초부터 B2B(기업 간 거래) 형태로 봇핏 판매를 시작했다. 봇핏은 걷기, 달리기 등의 보행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해 주는 보조 로봇으로 지난 2019년 시제품이 나왔다. 허리와 허벅지에 착용하고, 스마트폰과 워치 등 디바이스에 연결하면 인공지능(AI) 코치가 하체·코어 근력 강화, 골반 유연성 향상, 인터벌 트레이닝 등 이용자 맞춤형으로 운동 강도를 조절하고 코칭해준다.

당초 업계에선 봇핏이 고령자, 장애인 등 보행하기 어려운 사람을 돕는 보행 보조 로봇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헬스케어 웨어러블 수요 증가에 맞춰 맞춤형 피트니스 제품 형태로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엑스퍼트마켓리서치(EMR)에 따르면 전 세계 헬스케어 로봇 시장은 지난해 127억달러(약 17조원)에서 2032년 841억달러(약 114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봇핏의 주요 고객층을 국내 의료·재활센터와 헬스케어 기업들로 설정했다. 대당 판매가는 352만원. 강남 소재 재활병원에서 이미 봇핏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과 스포츠 전문가들이 모인 한 국내 헬스케어 기업도 봇핏을 활용해 운동 처방 프로그램을 내년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지난달까지 국내 재활 및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여러 병원과 운동센터에 봇핏 시제품을 공급해 임상 테스트를 진행했다. 봇핏을 활용해 실제 운동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실험해 보는 형식이다. 국내에서 재활치료 전문가로 유명한 홍정기 차의과학대학교 대학원 원장(교수)가 봇핏의 개발, 임상부터 참여해 제품 완성도를 높였다.

봇핏 상용화는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인공지능(AI) 집사 로봇 '볼리'를 전격 공개했다. 당시 한종희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로봇은 제조, 리테일, 홈과 개인을 위한 로봇이며,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며 "로봇 사업만큼은 강하게 밀고 있다"고 밝혔다.

볼리에 이어 헬스케어용·가정용 로봇을 넘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등 차세대 지능형 로봇 개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재용 회장이 직접 개발을 주문할 정도로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로 전해지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튀김로봇, 커피로봇, 용접로봇 등을 개발하는 협동로봇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약 877억원을 투자해 지분 14.7%를 확보한 바 있다. 2029년까지 지분을 59.9%까지 높일 수 있는 계약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