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밀어붙이는 野… “소추인이 추천독점 공정성 훼손”

마은혁 등 후보 3명 놓고 여야 대립
與 "검사가 판사 추천하는 꼴" 비판
권선동, 감사원장 등 우선심리 촉구

이한솔 기자|2024/12/23 17:58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왼쪽)와 정계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참했다. /송의주 기자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의 선임 문제를 두고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이 그 심판의 주체인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는 것이 공정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목된다.

2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추천권을 민주당이 독점하려 하고 있다며 "후보자로 부적격한 마은혁·정계선에 대한 추천을 즉시 철회하고 이들에 대한 헌법재판관 선출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검사와 판사가 다르듯, 공정성 확보를 위해 소추와 재판이 엄격히 분리돼야 한다고 일침했다. 권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라며 "국회가 소추인이 된 이후 소추안에 대한 판단 주체인 헌법재판관을 정한다는 것은 법적 공정성의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탄핵소추인인 국회가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는 행위는 마치 검사가 자신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 판사를 임명하는 것과 같다"며 "소추와 재판의 분리라는 원칙이 위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도 공정성 훼손의 우려가 나왔다. 강신업 변호사는 "국회 추천에 따랐다고 해서 무조건 국회의 편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사실 공정성이 훼손된다. 벌써 마 후보자는 정계에서 진보성향이라는 것이 너무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소추와 재판을 분리하는 것을 탄핵주의(형사재판 유무죄를 판단하는 자와 범죄 규탄하는 자가 나뉘어 있는 것을 의미), 분리하지 않는 것을 규문주의(형사소송절차 개시와 심리가 일정한 소추권자의 소추에 의하지 않고 법원 직권에 의해 행해지는 주의)라 하는데 현대사법은 탄핵주의가 원칙이라는 것이 강 변호사의 설명이다.

강 변호사는 "국민의힘 쪽에서는 소추기관에서 추천한 사람이 재판을 하게 되니까 문제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면서도 "민주당 쪽에서도 탄핵은 국회가 조치하도록 돼 있고, 국회에서 3명을 추천하는 것도 원래 법에서 정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국회가 소추인일 경우 추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겠으나 헌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권 권한대행은 관련 선례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당시 징계 취소소송이다. 당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이후 징계청구권자인 법무부 장관이 징계위원을 위촉해 결원을 충원한 것이 헌법상 적정절차 위반이고 이에 따라 징계위원회 구성도 불법이므로 징계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정공백 최소화를 위해 대통령 탄핵사건보다 방송통신위원장, 감사원장, 서울중앙지검장 탄핵 심사 등 주요 사건을 우선 심리해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