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 현수막에 ‘부정선거’ 재점화... “선관위 재정비” 팔 걷어붙인 국힘

'李 안된다' 문구 불허 논란 파장
與 "탄핵인용 예단 국민신뢰 잃어"
선관위, 재논의 끝 게시허용 결정

박영훈 기자|2024/12/23 18:08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3일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는 내용의 국민의힘 현수막에 대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기존의 불허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정치권에선 선관위에 대한 여권의 오랜 불신이 이번 편파성 논란을 계기로 공론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는 이날 전체 위원회의를 열고 현수막 논란에 대해 논의한 결과,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를 운용하기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직선거법 90조는 입후보예정자의 성명이나 기호 등이 포함되는 현수막에 대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간주해 선거일 전 120일부터 게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선관위는 부연했다.
 
 앞서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현수막 게시물 논란에 "법문만 검토한 섣부른 판단"이라며 불허 결정을 보류한 바 있다. 

 해당 문제를 둘러싼 선관위의 공식 입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오기까지 국민의힘은 선관위 선거 현수막 허용 기준을 놓고 여론전을 벌였다.

 선관위가 국민의힘의 문구는 불가 판정을 내렸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의원을 '내란 공범'으로 적시한 현수막은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 의원을 내란 공범으로 몬 현수막은 허용하고 '이재명은 안 된다'는 현수막은 불가 결정을 내렸다"며 "선관위가 무슨 권한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하고 조기 대선을 운운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수영구에 걸려고 했지만 선관위로부터 제지당했다. 선관위는 "대통령 선거에 대한 특정 후보자를 위한 낙선 목적의 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며 공직선거법 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 위반 가능성을 들었다. 

 이에 나경원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선관위가 탄핵 인용이라는 결과뿐 아니라 민주당 후보는 이재명이라고 기정사실화하는 가장 편파적 예단을 하고 있다"며 "이러니까 선관위가 부정선거 의심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여당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조은희 의원도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을 향해 "선관위의 이중잣대"라며 "선관위는 탄핵 재판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하고 조기 대선을 확신하고 있는 건가"라고 언급했다. 윤상현 의원은 "선거 관리의 신뢰를 잃은 중앙선관위는 처절한 반성이 먼저"라고 강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