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기조에도 매수 늘리는 서학개미들…美 주식 보관액 75% ‘쑥’
김동민 기자|2024/12/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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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처음 1400원을 넘겼던 지난 10월부터 이달까지 30조원 가까이 늘었다. 고환율 시기엔 향후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이 예상돼 매수세가 약해지지만,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학개미들의 유입이 끊이지 않으면서, 보관액은 연초 대비 75% 증가했다. 국내 주식시장 거래보다 훨씬 많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함에도, 높은 수익률을 쫓아 미국 증시 투자를 늘려간 것이다. 실제 올해 나스닥과 코스피 지수 수익률은 40%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내년 미국 증시를 둘러싼 긍정적인 전망이 제시되면서 서학개미들의 투자심리를 자극시켰다는 해석도 나온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국 주식 보관액은 1127억 달러(164조원)로 지난 1월 647억 달러(94조원) 대비 74.5% 증가했다.
미국 주식 보관액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늘었다. 상반기에는 AI(인공지능) 반도체가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엔비디아 중심으로 자금이 몰렸고, 하반기 들어서는 테슬라가 미국 증시를 주도했다. 연초부터 이달 20일까지 테슬라와 엔비디아 주식 보관액은 각각 247억 달러(36조원), 122억 달러(18조원)로, 종목 중 1, 2위를 차지했다.
투자자들이 많은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미 증시 투자에 나선 것은, 결국 수익률 때문이다. 실제 올해 시작부터 이날까지 나스닥과 코스피 지수 수익률은 각각 31.7%, -8.1%로 두 지수 간 격차는 40% 정도다. 평균적으로 국내 증시 거래 수수료율(0.015%)보다 미국 증시 수수료율(0.25%)이 약 17배 높음에도,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4분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는 등 최근까지도 고환율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서학개미들의 매수세는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지난 10월에만 해도 911억 달러(132조원) 수준이었던 보관액이 두 달도 채 안 돼 200억 달러(약 30조원)가 늘어난 것이다.
환율이 고점에 있을 때는 환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어 매수를 늘리지 않는 게 일반적이지만, 서학개미들의 투심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 증시가 내년에도 우상향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기업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기업 이익 성장률이 S&P500은 10% 이상, 나스닥은 33%선에 달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미국 주식이 상승할 확률이 높으며 다른 나라 주식보다 수익률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증권사들도 유입되는 서학개미들을 토대로 리테일 사업을 한 층 더 강화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메리츠증권은 업계 최초로 주식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 고객 확대를 목적으로 강수를 뒀다.
증권사 관계자는 "IB 등 특정 사업에 큰 비중을 뒀던 증권사들 중심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고, 특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리테일 사업에 관심을 쏟는 분위기"라며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서학개미들이 대거 들어오고 있는 영향도 커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