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공사비 급등에…내년 민간아파트 분양 ‘역대 최저’ 전망

김다빈 기자|2024/12/25 09:15
서울의 한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연합뉴스
내년 주요 건설사들의 민간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이 2000년대 들어 역대 가장 적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 주택 경기 침체 등에도 분양 물량이 22만가구 정도를 기록했지만, 내년에는 15만가구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25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가 국내 주요 25곳 건설사의 내년 분양 물량을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158개 사업장에서는 총 14만6130가구(민간아파트 분양 기준·임대 포함)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분양 물량이다. 2000년대 들어 연간 분양 물량이 최소치를 기록했던 2010년(17만2670가구)보다도 내년 분양 수가 2만6000가구나 적은 것이다.

실제 분양 실적은 건설사들이 연초 계획한 분양 물량은 실제로는 이보다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분양 물량은 더 큰 폭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다만 이번 통계에는 분양 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않은 GS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의 물량 일부(1만1000여가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더해도 내년 분양 계획 물량은 총 15만7000여가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역별 내년 예정 분양 물량은 서울·수도권 8만5840가구, 지방 6만290가구다. 수도권 분양은 세부적으로 △경기 5만550가구△서울 2만1719가구 △인천 1만3571가구 등이다. 경기지역은 올해(7만8625가구 분양) 대비 2만8075가구가 줄고, 서울(올해 2만6484가구)과 인천(올해 2만1699가구)은 각각 4765가구, 8128가구씩 줄어드는 셈이다.

지방에서는 부산(1만80007가구), 충남(1만3496가구), 경남(6611가구) 순으로 분양 물량이 많다. 반면 강원(508가구), 경북(999가구), 광주(1294가구), 전남(1434가구) 등 일부 지역은 분양 예정 물량이 1000가구 내외에 그칠 전망이다.

월별로는 내년 1월(1만6066가구) 분양 물량이 가장 많다. 이는 올해 분양 계획이 잡혔다가 연기된 물량이 연초에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어 분양 성수기로 손꼽히는 4월·5월 각각 1만1163가구·1만1261가구 공급이 예정되어 있다.

업체별로는 시공능력평가 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 등 상위 10대 건설사 중 6곳의 분양물량이 올해보다 줄 것으로 전망됐다. 나머지 3곳은 올해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며, 1곳은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종합하면 10대 건설사의 내년 전체 분양 물량도 올해의 69%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내년 분양 물량 급감이 예측되며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한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연립·다세대 등 다른 유형의 주택을 포함한 전체 입주 물량이 2026년부터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주택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통상적으로 아파트의 경우 분양 후 2∼3년이 지나 입주로 이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2026년 '공급 부족 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혼란한 정국 상황으로 인한 정책 공백 장기화까지 겹칠 경우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 동력마저 사라질 가능성도 낮지 않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이번 조사 대상인 25개 건설사 분양 물량은 전체 민간 아파트 분양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며 "분양 물량은 2∼3년 이후 입주 물량이 되는데 분양 급감에 따라 입주 물량이 줄면서 주택 공급 시장에 쇼크를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아파트 분양시장은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어 정책적·경제적·구조적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역대 최저 물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위해 정부와 건설업계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공사비 조정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