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실패 청정수소 시장…정부, 제도개선 고심
청정수소 입찰시장, 국책사업자인 '남부발전'만 낙찰
참패 요인 '경제성 확보 난항', 특히 환율리스크
15년 동안 환율 고정값으로 정산…변동성 인정 안해
전문가들, 정부가 사업자 위험성 낮춰야 제기
장예림 기자|2024/12/25 16:48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 측은 이번 청정수소 입찰 시장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발전사업자들에 부담됐던 환율 등 사업 리스크 반영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올해 입찰 결과에 대한 분석을 면밀하게 하지 못하고 있지만, 개선방안을 도출해 내년도 입찰시장 설계에 반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입찰시장의 참패 요인은 '경제성 확보' 불발이다. 애초 정부가 정해둔 가격 상한선이 너무 낮아 남부발전을 제외한 5개 발전 사업자들이 모두 탈락했다. 이는 정부가 환율·물가 상승률 등 모든 사업 리스크를 발전 사업자에 전가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에서 발전 이용률을 보장해주지 않은 점도 발전사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발전소는 이용률이 높을수록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동해안 일대처럼 전력망이 부족할 경우 발전소 가동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밖에 없는데, 특히 발전사업자들은 값비싼 연료인 '암모니아'를 들이고도 가동을 못해 손실이 커지게 된다. 현재 암모니아 10~30% 비용으로 원전 등 전력 생산이 가능할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연료 공급사들도 환율 리스크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과 독일을 택했다. 따라서 이번에는 국내 상사 3곳 밖에 선택지가 없었으며, 취사선택 폭이 넓지 않아 매우 가혹한 조건이었다"며 "또한 발전소 이용률을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비싼 연료를 의무인수하라고 하니까 이 부분도 큰 리스크가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미완성 기술인 '청정수소'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확대한 셈이다. 특히 '계약기간 48개월 초과한 날부터 패널티 부과 조항'도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리스크를 어느정도 부담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가격과 인프라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제때 하지 못한다고 해서 패널티를 부과하는 건 과중했다"며 "지금 입찰계약 방식이 아닌 1~3차 등 단계별 입찰을 통해 정부와 사업자들의 부담을 완화해야 하는 것도 절충적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책사업자 지정으로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다른 에너지원들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가격을 어떻게 낮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오히려 지금 남부발전처럼 실증·국책사업자를 선정해 청정수소 기술개발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조금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태양광 사업도 처음엔 FIT(보조금) 제도로 시장 활성화에 나선 바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환율 리스크를 발전사업자와 소비자(구매자)가 반반 나누는 형태로 설계하지 않으면 아무리 가격 상한선을 올려도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미국 등 다른 해외 국가들처럼 정부의 직접 보조금 제도를 활용해 입찰 가격을 낮추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