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글로벌 IB 확장… 한투, 내년 투트랙으로 성장 이끈다
김성환, 1조 클럽 입성 등 경영능력 증명
아시아사업 담당 신설 등 조직개편 단행
연금조직 본부 3개로 확대… 역량 집중
남미경 기자|2024/12/2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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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시한 한국투자증권 조직개편에서도 김 사장의 청사진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그는 취임 당시 '아시아 넘버원 증권사'를 비전으로 내세우며 시장 역량 강화를 주문했는데, 이번 조직개편에서 글로벌사업그룹 산하에 아시아사업 담당을 신설했다. 또 주요 증권사들이 유망한 수익처로 낙점한 퇴직연금 시장 선점을 위해 연금조직을 1개 본부에서 3개 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순익 측면에선 한국투자증권이 업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성장성이 높은 글로벌과 퇴직연금 영역에선 아직 도전자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요 증권사들이 공들이고 있는 영역인 글로벌 부문과 퇴직연금 부문에선 김 사장도 변화를 시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글로벌사업그룹 산하에 아시아사업 담당을 신설한 것이다. 회사 측은 "본사의 우수한 리테일 DNA를 이머징 시장에 효과적으로 전수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장별 특성에 맞는 전략적 사업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이 그간 공을 들인 시장은 전 세계 금융 중심인 미국이었다. 그러나 올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 실적이 개선되자 내년에도 동남아시장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는 김 사장이 취임 때부터 줄곧 강조해 온 대목이다. 그는 핵심 사업의 하나로 글로벌 역량 강화를 꼽으며 기존 글로벌 사업본부를 그룹으로 승격하고 '아시아 넘버원 증권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공들인 만큼 해외법인 실적도 개선됐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이 615억원으로 전년보다 10% 가까이 성장했는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 실적 개선이 전체 해외시장의 호실적을 견인했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순익이 160억원을 기록해 흑자로 돌아섰고, 베트남법인도 194억원의 순익을 내며 4.8% 성장했다.
업계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특히 인도네시아 실적 개선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기업의 기업공개(IPO), 공모채권 발행 등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본사와의 촘촘한 네트워크 전략은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해외법인 맏형격인 베트남법인의 성장세도 주목된다. 최근 베트남 현지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을 내놓은 데다, 비즈니스 폭을 리테일·파생상품·인수합병 등으로도 넓히고 있어 수익 확대를 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흥시장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은 시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며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확충하는 것은 물론 안정적 현지화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면 수익 증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수익 확대에 중점을 둔 점도 주목된다. 기존 퇴직연금본부를 1, 2본부 체제로 확대하고 퇴직연금운영본부를 신설했다. 또 산하 연금영업부를 5개에서 8개로 확대했다. 시장 잠재력이 큰 퇴직연금 시장에 기업 역량을 집중해 회사의 수익성을 한층 더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이 증권업계 퇴직연금 시장에서 3위권에 머물러 있는 점도 김 사장이 퇴직연금 사업에 속도를 내는 배경으로 꼽힌다. 올 3분기 퇴직연금 적립규모는 14조4822억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래에셋증권(27조3755억원)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400조원으로 불어난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2040년 100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요 증권사들이 노리는 유망한 수익처"라며 "실물이전 서비스까지 본격 시행되면서 대형 증권사들이 관련 조직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 핵심은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실물이전 등의 영업 환경 변화로 인해 퇴직연금 조직을 더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