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SK케미칼·애경 전 대표 다시 재판받는다
대법 "옥시 제품과 주원료 달라…공동정범 성립 안돼"
김임수 기자|2024/12/26 10:28
|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6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금고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등 여러 제품을 단독 또는 복합사용한 피해자 98명이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신현우 전 옥시 대표의 경우 징역 6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두 사람에 대한 1·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원액인 CMIT·MIT와 피해자들의 상해·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이들과 신 전 옥시 대표의 공모 관계를 인정된다고 보고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옥시 사건의) 피고인들이 제조·판매에 관여한 가습기살균제의 주원료는 PHMG 등이고, 이번 사건 살균제의 주원료는 CMIT·MIT로, 그 주원료의 성분, 체내분해성, 대사물질 등이 전혀 다르고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활용하거나 응용해 개발·출시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어 "어떤 제품이 개발·출시된 후 경쟁업체가 '기존 제품과 주요 요소가 전혀 다른 대체 상품'을 독자적으로 개발·출시한 경우에는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정을 공동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옥시 제품과 다른 두 제품은 용도나 용법만 동일할 뿐 주원료 등 주요 요소가 전혀 달라 같은 제품군으로 묶을 수 없고, 각 가습기살균제에 모두 결함 내지 하자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인 셈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들의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복합 사용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법원이 더 심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은 점에 비춰볼 때 무죄 취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