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결산] 전세계 민주주의 위기 속 회복력...독재체제, 더 억압적
로이터 "한국 계엄령 사태, 37명 암살 멕시코 대선, 민주주의 회복력 보여줘"
물가, 집권당 발목...푸틴 30년 집권 러 대선 예외
보고서 "전세계 선거 4분의 1, 유권자 선택권 없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2024/12/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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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터 "한국 계엄령 사태, 37명 암살 멕시코 대선, 민주주의 회복력 보여줘"
로이터는 올해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선거를 실시한 해였는데, 민주주의 국가들이 폭력과 큰 공포를 겪었지만, 회복력을 보여줬다며 그 대표 사례로 한국의 비상계엄령 사태와 37명의 후보가 암살당하는 등 현대사에서 가장 유혈이 낭자한 선거로 기록됐지만,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을 선출한 멕시코 대통령 선거를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두차례의 암살 시도에서 생존해 지난 11월 5일 실시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압승을 거두고 내년 1월 20일 취임식을 거쳐 4년 만에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있는 것이 전 세계 선거 가운데 가장 역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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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결과에도 결정적으로 작용한 요인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여파로 최근 수년 동안 지속된 생필품 가격 폭등이 집권 여당에 패배를 안긴 것은 올해 전 세계 선거에서 나타난 특징이다. 이는 야권이 국무위원에 대한 잇단 탄핵으로 정부 견제를 넘어 국정운영을 사실상 마비에 빠뜨릴 수 있을 정도로 전체 의석의 64%인 192석을 차지한 4월 한국 총선에서도 나타났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영국·포르투갈·파나마·보츠와나 등과 집권당이 패배한 프랑스·독일·일본·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선거에서도 물가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로이터는 인플레이션이 변화를 초래하지 못한 사례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88%의 득표율로 5선을 확정 짓고 그토록 원하던 21세기 '차르(러시아 제정 황제)'로 등극한 3월 러시아 대선을 들었다.
푸틴은 2000·2004·2012·2018년에 이어 올해 대선에서 또다시 승리하면서 2030년까지 6년간 집권하게 됐고, 사망하지 않는 한 2030년 대선에 출마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정권을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러시아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9%로 10월 8.5%에서 상승했다. 조지아와 몰도바 선거에서는 친러시아 정당들이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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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유럽의회 선거에서는 편향적인 우파 정당이 득세한 것도 올해의 특징 중 하나다. 이들 정당은 외국 이민자 배척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유럽에서 파시즘이 횡행했던 1930년대의 온건한 버전이 재현되고 있는지를 놓고 활발한 학술적 논쟁이 일었다고 로이터는 집었다.
7월 실시된 영국 총선 결과에도 물가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다른 유럽 주요국과 달리 14년간의 보수당 집권을 끝내고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 탄생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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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는 미국의 프리덤하우스의 야나 고로코프스카야 연구국장에 따르면 올해는 전반적으로 평화적 권력 이양을 막으려는 시도가 없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지만 부정선거 주장이 제기된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에서처럼 올해 독재 체제가 더욱 억압적으로 변했다고 고로코프스카야 국장은 지적했다. 특히 프리덤하우스는 올해 11월 5일까지 실시된 62개 선거 중 4분의 1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소에서 실질적인 선택권을 갖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민주주의가 자리를 잃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독재 체제들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