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갈아줄 곳이 없어요…” 라떼파파들의 육아 고충
서울 남자 공중화장실 단 63곳에 기저귀교환대 설치
지난해 육아휴직자 남성 비율은 25.7% 8년째 증가세
강다현 기자|2024/12/27 13:03
|
27일 서울시 개방 및 공중화장실 공공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서울시의 개방·공중화장실 총 5629개 중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된 곳은 1615개에 그친다. 이 중 남자화장실은 겨우 63개만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육아휴직으로 6개월 된 딸을 돌보고 있는 최모씨(37)는 지하철역 남자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없어 진땀을 뺀 기억이 생생하다. 최씨는 "아이는 막 울어대는데 급하게 들어간 공중화장실에는 기저귀 교환대가 없어 여자화장실이라도 들어가야 하나 생각까지 했다"며 "가족끼리 외출할 때 기저귀는 항상 엄마 몫이거나 가족화장실 등 인프라가 좋은 대형쇼핑몰이나 백화점을 주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빠 육아가 일상화 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육아 인프라가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취재진의 확인결과 서울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 독산역 등에는 실제 기저귀 교환대가 구비돼 있지만 공공데이터에는 '없음'으로 표시돼 있어 시민들에게 공개된 데이터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또 현행법상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철도역, 지하철역,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는 남녀화장실의 규격에 맞는 영유아용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 법은 지난 2018년 11월에 개정된 것으로 2018년 이전에 지어진 공중화장실에는 기저귀 교환대 설치가 의무가 아니라 충분한 기저귀 교환대 확보도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8년 이전에 완공된 건물 내 남자 공중화장실의 경우 장소 협소해 설치가 어려운 곳도 있다"며 "매년 자치구와 함께 기저귀 교환대 설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데이터 누락 건에 대해서는 "자치구마다 변동사항이 있을 때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수정하겠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라떼파파'의 공동육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움직여 부족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육아 전선에 뛰어드는 아빠들을 위한 교육과 지원서비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원장은 "공동육아의 비중이 커지면서 남성의 육아에 대한 긍정적 인식개선과 부모의 동등한 육아 참여, 그리고 이를 위한 사회적인 지원에 대한 요구도는 높아질 것"이라며 "안정된 '공동육아'을 위해 남자화장실 기저귀 교환대 설치 등 육아 인프라 확보와 부모 체감형 양육지원서비스가 촘촘히 제공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예산확보와 적극행정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