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번꼴… 탄핵 중독에 ‘삼권분립’ 뒤흔드는 巨野

홍선미 기자
2025/01/01 17:40

민주, 尹정부 출범후 29건 탄핵소추안
'이재명 구하기' 사정기관 압박 등 비판
삭감 예산안 통과에 산업·경제도 위협
"무소불위 입법권 막아야할 때" 목소리

"우리나라에서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국가 권력을 국회, 행정부, 법원이 나누어 맡는데, 이를 삼권 분립이라고 한다. 이는 국가 권력이 한 사람이나 한 기관에 집중되지 않도록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게 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천재교과서, 초등학교 사회 6-1)12·3 비상계엄 사태 원인 중 하나로 거대야당의 입법 폭주가 지목되면서 삼권 분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행 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87년 개정된 헌법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견제와 균형을 표방하고 있지만 개헌 이후 특정 당의 권력 독주는 줄곧 우리 정치의 문제점으로 지목됐고, 급기야 대통령과 국무총리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다. 지난해 4·10 총선 이후 나왔던 "여당 이탈표 8개면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다"는 우려 섞인 전망은 현실이 됐다.

입법부에 쏠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선거제도 개편, 대통령의 국회 견제권 등을 담은 개헌을 하루빨리 단행해 삼권 분립을 제대로 실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한달에 한번 탄핵한 野…입법 폭주에 거부권 행사도 33차례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총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이 중 13건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2022년 5월 10일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달 27일까지가 총 962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이 한 달에 한 번꼴로 탄핵을 밀어붙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장관, 감사원장, 판사·검사 줄탄핵을 일삼던 야당은 결국 대통령과 총리까지 겨눴다.

민주당은 탄핵 사유로 대통령 집무실 관저 이전에 대한 감사원의 부실 감사, 김건희 여사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특혜 제공 등을 들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재판 판결을 앞두고 사정기관을 압박하고, 길들이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탄핵이 두 차례 시도됐다. 이동관·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의 경우 야당의 탄핵 압박에 결국 물러났다. 이후 임명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결국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직무가 정지됐다.

야당이 탄핵뿐 아니라 김 여사 특검법 등 쟁점 법안 역시 단독 처리를 강행함에 따라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행사한 재의요구권(법률안 거부권)만 25차례다. 윤 대통령의 직무정지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기재부 장관이 행사한 것까지 모두 합치면 이번 정부 들어서만 총 33건의 거부권이 행사됐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대통령·총리 부재 혼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이미 두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재발의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야당의 무소불위 입법 권한에 기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영계는 불법 파업 남발 우려 등으로 노란봉투법을 반대하고 있다.

이 외에 야당이 정부가 제출한 올해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삭감해 통과시킨 점 등을 감안하면 야당의 입법 폭주는 정치를 넘어 산업·경제 등 국민 삶 전영역을 위협하고 있다.

◇"독일이면 국회 해산…중·대선거구로 바꿔야"·"진영정치 거부하는 유권자 의식 중요"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야당의 무소불위 입법권 행사를 막기 위해서 개헌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윤 정부 들어 야당은 탄핵을 29번이나 했다.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야당) 의원들의 몽니가 너무 심하다"며 "독일 같으면 벌써 국회를 해산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승자가 독식하고, 공천을 주는 당수에 충성할 수밖에 없는 현재 국회의원 선거(소선거구제)를 중선거구제나 대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며 "결선 투표 없이 40%대 지지를 받고도 제왕적으로 모든 기관장들을 다 임명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 선거제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도보다 유권자들의 성숙한 의식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극단적으로 진영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인이 배제된다면 현재와 같은 입법 독주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우리뿐 아니라 미국, 유럽도 극단적인 진영정치가 돼 가는 걸 보면 단순히 제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상대방의 말, 소수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는 정치 풍토에서 제도는 제기능을 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 평론가는 "유권자들이 내전의 정치가 지긋지긋해졌다면 극단적인 정치인보다 타협할 수 있는 정치인, 그런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치인을 많이 뽑아줘야 한다"며 "국회 법사위원장을 2당에 맡기고, 국회의장을 1당이 맡게 한 틀을 잡은 김대중 전 대통령, 한·미 FTA와 이라크 파병을 단행한 노무현 전 대통령같이 상대를 포용하고 중도를 수렴하는 정치인의 자세도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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