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조고각하’ 이제 밖에서 안을 볼 때
황의중 기자
2025/01/05 13:22
2025/01/05 13:22
극심한 갈등과 혼란 속 자기 마음 다스려야
종교계 이제는 기도, 참회 등 성찰 권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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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조고각하(照顧脚下·발 아래를 살피십시오)'라는 말이 있다. 선어록인 종문무고(宗門武庫)와 오가정종찬(五家正宗贊)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다. 선어록인 '벽암록(碧巖錄)'을 저술한 원오 극근(圓悟 克勤, 1063~1135)선사가 스승인 법연스님의 질문에 답한 말에서 유래했다. 사찰을 자주 찾은 사람이라면 계단 밑에 쓰인 '조고각하'란 명패를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지금 걷고 있는 발 아래를 살핀다는 것은 곱씹어볼 만한 말이다. 땅에 사는 인간의 기장 기본은 제대로 걷는 것이다. 잘 걷기 위해서는 멀리 있는 목적지만 보지말고 발 아래를 잘 살펴야 한다. 발 아래를 살피는 건 회광반조(回光返照·빛을 돌이켜 거꾸로 보는 것)이자 일종의 성찰이다. 사람이 착오에서 벗어나고 올바른 길을 걷기 위해선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종교계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 때 적절한 톤으로 빠르게 올바른 목소리를 냈다. 공의(公義)는 충분히 보여줬다. 이제 종교계가 나서서 기도하고 참회하는 시간을 갖자고 해야 할 시점이다. 당분간 사회적 혼란이 이어질 것이 뻔한 상황이기에 화(火)를 삭일 때도 됐다. 지금처럼 화가 사회를 지배하면 사실상 내전 상태로 빠질 위험이 있다. 극단적인 갈등을 진정시키는 것도 공의를 외치는 것만큼 종교계가 해야 할 일이다.
경남 양산 통도사는 혼란스러웠던 작년 12월 한달을 뜻깊게 보냈다. 모여서 화엄경을 공부하고 기도하는 30일간의 여정인 '화엄산림대법회'를 봉행한 것이다. 당시 법사로 참여한 한 스님은 참가자들 보고 "이 시국에 가장 행복한 분들"이라고 표현했다. 다들 불안 또는 분노를 느낄 때 자신을 수양하는 일에 모든 시간을 보내니 청복(淸福·맑고 깨끗한 복)을 누린 셈이다.
갈등이 격해지는 시기에 마음을 다스리려는 사람은 귀하다. 또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이다. 한해 시작하는 달 각자의 자리에서 '조고각하'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