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원기자의 문화路] 고종 생일에 안주상만 무려 9번 차렸다고?

전혜원 기자
2025/01/07 14:08

조선 임금이 먹던 팔도진미 한자리에...국립고궁박물관서 '궁중음식'展
궁궐 부엌부터 성대한 잔칫상까지 들여다봐 "K-푸드 원천이자 최고 경지"

조선 왕실의 궁중음식 문화를 살펴보는 특별전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이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1892년 고종의 즉위 30주년과 41세 생일을 축하하는 잔치에서 9번에 걸쳐 차려진 안주상을 재현한 모형. /사진=전혜원 기자
1892년 9월 24일 경복궁 근정전에서는 성대한 잔치가 열렸다. 고종의 즉위 30주년과 41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3일에 걸쳐 열린 진찬에서는 각종 음식의 향연이 펼쳐졌고, 그중 안주상만 무려 9번 차려졌다. 세자와 대신들이 왕에게 술을 올릴 때마다 안주상이 차려졌는데, 첫 안주상에는 전복 조림과 돼지고기 전, 두 번째엔 낙지전과 완자탕 등이 곁들여졌다. 안주상에 오른 음식만 총 63가지였다.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당시 안주상을 고스란히 재현한 모형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궁중음식문화재단과 함께 선보이는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 특별전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는 궁중음식에 대한 기록과 그림, 궁궐 부엌에서 사용한 각종 조리 도구 등 20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1892년 궁중 잔치 때 고종에게 올린 첫번째 안주상. /국립고궁박물관
전시를 준비한 궁중음식문화재단의 한복려 이사장은 "보통 음식 전시를 하면 맛있고 화려해 보이도록 하지만 이번에는 궁중음식의 내재된 정수를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에 더욱 어려웠다"면서 "당시 자료에 음식 재료와 분량 정도만 나와 있고 현재 사용하지 않는 용어가 많아 전승자들과 함께 연구하며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궁중음식은 겉으로만 보는 음식이 아니라 가치 있는 유산"이라며 "우리 궁중음식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세계적으로 알려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궁중음식의 재료가 된, 전국 각지에서 보인 진상품들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조선 후기에는 사신접대의 부담을 지고 있던 평안도를 제외한 경기, 충청, 전라, 제주, 경상, 강원, 황해, 함경에서 진상품을 올렸다. 진상의 시기와 품목은 지역별로 달랐으나 기본적으로 매달 한 차례씩 행해졌다. 진상품은 임금에게 바치던 예물이자 강제적 세금으로 백성들에게 큰 고통이 되기도 했다.

당시엔 냉장시설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식재료를 궁궐까지 신선하게 운반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변질을 막기 위해 해산물은 말리거나 젓갈로 만들고, 얼음을 사용하기도 했다. 가뭄이나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진상을 면제해주거나 시기를 늦춰주기도 했다. 임금은 수라에 오른 산해진미를 맛보며 백성들의 삶을 가늠했다. 잔치가 끝나면 사대부부터 천인에 이르기까지 음식을 나누며 왕실과 백성이 함께 경사의 기쁨을 나누었다.

왕실의 부엌을 재현한 공간. /사진=전혜원 기자
전시에서는 왕실의 부엌도 보여준다. 궁궐 부엌의 간판인 '수라간' 현판, 궁중 요리사가 분주하게 요리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 나무 도마와 식칼, 국자 등을 볼 수 있다.

왕은 하루 평균 다섯 번의 식사를 했다. 이른 아침과 점심,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죽이나 면류 같은 가벼운 음식을 먹었다. 밥과 반찬으로 구성된 수라상은 오전 10시, 오후 5시에 올렸다. 전시에서는 고종·순종 대의 마지막 상궁들에 의해 전해진 수라상의 모습이 재현됐다. 흔히 알려진 12첩 반상이다.

고종·순종 대 수라상 차림. /사진=전혜원 기자
이와 함께 18∼19세기에 상궁이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음식 조리법, 왕의 건강을 책임지던 어의 이시필이 음식에 관해 쓴 책 등도 살펴볼 수 있다.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자신의 입맛과 맞는 임금을 찾아보고, 궁중 잔치에서 높이 쌓아올린 고임상을 만들어보는 체험 등을 해볼 수 있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궁중음식은 K-푸드의 원천이자 최고 경지"라며 "공경과 나눔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2일까지.

궁중잔치에서 음식을 먹기 전 착용해 의복을 보호하는 앞치마의 역할을 한 '분홍색 모시 휘건'. /사진=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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