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일담] HD현대·한화, 조선업 날더니 엔진사업도 ‘맑음’
김한슬 기자
2025/01/07 15:11
2025/01/07 15:11
양 그룹 지난해 엔진회사 인수
1년새 선박용 엔진 수주 급증
업계 2·3위 치열한 경쟁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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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한화그룹으로 인수된 한화엔진(전 HSD엔진)은 연초부터 두 건의 수주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7일 아시아 지역 업체와 6292억원의 대규모 선박용 엔진 계약을 체결했으며, 전날 삼성중공업과도 836억원의 계약을 맺었습니다. 지난달에는 한화오션과의 841억원 계약으로 한달 만에 8000억원에 가까운 일감을 따냈습니다.
지난해 7월 HD현대에 소속돼 새 사명을 단 HD현대마린엔진(전 STX중공업)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인수 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주 실적입니다.
한화엔진 역시 한화그룹 인수 전 2023년 말 2조5453억원이었던 수주 잔고는 현재 3조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두 그룹의 수익성 위주의 적극적인 수주 전략이 엔진 사업에서도 적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선박용 엔진은 선박가액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품목으로 꼽힙니다. 양 그룹이 엔진 회사를 인수한 배경이기도 한데요. 업계 활황에 선박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데다, 조선업 수직계열화를 시킬 수 있는 고도의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엔진분야의 시장 규모로 따지자면 HD현대중공업이 1위(점유율 30~40%)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지만, 앞으로 한화엔진의 적극적인 수주로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한화오션이 그랬듯 한화엔진 역시 시장의 관심과 기대감이 높아지는 시점입니다. 업계 3위인 HD현대마린엔진도 좀 더 분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시온 마켓 리서치(Zion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선박 엔진 시장 규모는 2023년 125억4000만달러에서 2032년 175억3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분위기에 가장 좋은 건 직원들입니다. 한화엔진 직원의 말을 빌리면 아직 회사가 편입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과도기지만, 적극적인 변화가 감지된다고 합니다. HD현대마린엔진 직원들 역시 대기업으로 오면서 복지나 연봉 다방면으로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고요.
올해도 양 그룹의 선의의 경쟁은 선박 핵심 부품 생산부터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대기업의 든든한 뒷배를 얻은 두 엔진 회사의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