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손으로 지켜주세요” 임시주총 앞둔 고려아연, 소액주주에 호소

고려아연 홈페이지 캡처 0 /고려아연 홈페이지 캡처

"고려아연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국민기업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손으로 지켜주세요."

7일 고려아연은 홈페이지에서 오는 23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안건별 찬성 및 반대 입장과 제안 내용, 투표 방법을 자세히 고지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품고 있는 미래 사업에 대한 청사진과 사모펀드로 넘어갔을 시 부작용을 강조하면서 현 경영진이 계속 키를 쥐어야 한다는 대대적 캠페인이다.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터였던 국민연금이 지분을 기존 7.49%에서 4.51%로 줄이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26%의 지분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역할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풍·MBK 연합의 임시주총 의안 관련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서 소액주주 일각에서는 "법률적인 대응이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의결권 자문기관은 "누가 경영을 맡아야 미래의 지속 가능 성장과 주주권익 강화에 도움이 되는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고려아연의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전체의 25.77%다. 고려아연 주가 변동이 심했던 만큼 이 비율도 현재 변화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 연합의 보유 지분율 차이가 6~7%포인트로 추정되는 시점에서는 결정적인 표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전날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28일 기준 63만 여주를 팔아 현재 주식이 4.5% 수준이다. 국민연금 외 기관과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주총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의안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의 가족회사 유미개발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선임 시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 만큼의 의결권을 1주식 당 부여하는 제도로, 소수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명목으로 활용된다.

14명을 이사로 추천한 영풍·MBK 측은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제2호, 제3호 의안이 상정되면 안 된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영풍 측이 이번 분쟁에서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은 이번이 4번째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 연대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감지된다.

소액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의 이상목 대표는 "이번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경영권 보호 목적으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주주들에게 호소했다면 오히려 이해가 됐을 것"이라면서 "가처분 신청 같은 법률적인 방법으로 대응해버리니 만약 인용된다면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까지 또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해 주주들 입장을 고려한 게 맞는지 황당할 따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문기일은 오는 17일이다. 인용 여부는 주총 직전인 20~22일께로 예상된다.

한편 의결권 자문기관 한국ESG평가원은 고려아연 주총 의안 분석 자료를 통해 "고려아연의 장기지속성장과 주주권익 측면에서 현 경영진 측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평가원은 "경영실적 및 주주환원, ESG 평가 등에서 고려아연이 영풍 대비 우월하다"면서 "MBK라는 사모펀드 경영은 한계기업 턴어라운드에서 효과가 크지만 실적과 재무구조가 우수한 고려아연 경영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고, 기업가치 제고에 우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일반주주 입장에서 의사결정 기준으로 '누가 경영을 맡아야 미래 지속 가능성장과 주주권익 강화에 도움이 되나' '현재의 고려아연이 경영권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만한 상황인가'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