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차벽·철조망으로 관저 요새화…尹, 14일 변론 불출석 무게

홍선미 기자
2025/01/08 17:03

경찰특공대·헬기 투입 예고에 주변 경계 강화
尹측 "체포 가능성·내란죄 제외 정리돼야 출석"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은 다음 날인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향하는 입구가 버스로 막혀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 기간이 연장되면서 대통령경호처는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을 요새화하며 철통방어 태세에 돌입했다.

특히 1차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공조수사본부(고위공직자수사처와 경찰)가 2차 체포영장 집행에 경찰특공대 투입 등을 검토하며 윤 대통령 신병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경호처가 삼중사중으로 관저를 방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호처는 이날 공조본의 2차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관저 주변 경계를 강화했다.
경호처는 지난 3일 첫 체포 시도가 무산된 뒤 관저 입구에 철조망을 새롭게 설치했다.

당시 공수처 검사와 경찰 등이 관저 정문에 들어선 뒤 차벽, 인간띠 등을 우회해 옆쪽 산길을 통해 관저 건물 인근으로 접근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철조망을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차벽도 추가했다. 경호처는 관저 정문 앞에 대형 버스 1대를 가로로 배치한 것은 물론 문 안쪽에도 버스 3대 이상을 세로로 주차해 방어망을 보강했다.

이미 지난 1차 체포영장 집행이 실패한 데다 경호처의 방어망이 더욱 촘촘해진 만큼 기존 방식으로는 대통령 신병 확보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경찰 안팎에서는 헬기를 이용한 내부 진입 방안, 사다리로 차벽을 넘고 집행을 막는 경호처 직원을 체포하는 방안, 경찰특공대 장갑차 등 특수차량으로 차벽을 밀고 들어가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된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 경호처와 공조본의 신경전이 오가는 와중에 야당은 이날 윤 대통령 도피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이미 용산을 빠져나와 제3의 장소에 도피해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대통령은 현재 관저에 계신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하며 일축했다.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 역시 이날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저녁 분명히 관저에서 대통령을 뵙고 나왔다. 있을 수 없는 거짓 선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은 다음 날인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모습. /연합뉴스
여권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한 달 가까이 두문불출하며 변호인단과 탄핵재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해 직접 변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헌재는 오는 14일을 시작으로 내달 4일까지 매주 2회씩(설 연휴 제외)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기일을 지정하며 속도감 있는 심리를 예고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14일로 예정된 첫 변론 기일에는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조본이 체포 영장 집행 시일을 연기한 만큼 윤 대통령이 재판장에 나타난다면 이에 맞춰 신병 확보를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윤 변호사는 이날 "헌재 재판에 출석한다는 의사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대통령이 가서 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을 때 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점도 변수다.

윤 대통령측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내란죄를 빼겠다는 상황이 정리가 안 되는데 어떻게 (윤 대통령이) 나올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내란죄 철회를 둘러싼 논란이 정리돼야 윤 대통령이 법정에 나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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