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헤리티지] 불확실시대에도 ‘신뢰’택한 BMW… ‘국내 1위’ 결실본 한상윤
김정규 기자
2025/01/12 18:33
2025/01/12 18:33
<1>30주년 앞둔 BMW코리아
외환위기 시절 국내시장 잔류 선택
김효준 대표 강단이 현 토대 만들어
드라이빙센터 등 고객 친화적 행보
공익재단 통해 사회공헌 활동 지속
한상윤 대표 '코리안 퍼스트' 전략
수입차 시장 2년 연속 1위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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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남아있는다면 BMW는 고객의 신뢰를 얻게 될 것입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BMW 그룹의 당시 김효준 마케팅 담당 전무는 그렇게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소비 감소 때문에 국내에 진출했던 수입차 업체들이 속속 한국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 지 채 3년밖에 안 된 BMW그룹도 철수 검토는 예외가 아니었다.
그리고 승부수는 적중했다. 이후 BMW 코리아는 국내 시장에 남아 전폭적 지원을 이어왔다. 그때 BMW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면, 이른 시일 내에 다시 국내에 발을 들이긴 힘들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렇게 BMW는 30년 동안 국내 수입차 시장을 선도해 오고 있다. 이는 지금의 BMW를 만든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김 전무는 지난 2000년 사장으로 승진해 지난 2019년 한상윤 대표가 선임되기 전까지 20년 동안 BMW그룹을 이끌었다. 김 대표가 BMW의 한국시장 토대를 쌓았다면 한 대표는 화차(火車) 악재를 완전히 극복해 내고 메르세데츠 벤츠를 제쳐 BMW를 한국 수입차 시장 1등으로 올려 세운 장본인이다. 강단 있고 세련된 경영능력으로 업계 정평이 나 있다.
◇BMW코리아 기반 닦은 김효준 대표
12일 BMW코리아에 따르면 1995년 1월 28일 수입차 업체 중 가장 먼저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 BMW코리아는 오는 28일로 30주년을 맞는다. 지난 30년간 수입차 시장의 성장은 사실상 BMW가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국을 떠나려는 BMW를 '붙잡았던' 김효준 전 대표가 있다.
BMW는 2000년대 초부터 3시리즈와 5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빠르게 판매량을 늘렸다. 당시만 해도 판매량은 적어도 마진이 큰 고가 정책을 펼쳤지만, 김 대표는 차량 가격을 내리는 대신 판매량을 올리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는 BMW는 물론 다른 수입차 업체들의 정책에도 영향을 주며, 국내 수입차 대중화의 시발점이 됐다.
사장 취임 당시 1600여 대였던 연간 판매량은 그가 대표로 있던 마지막 해에는 4만4000여 대까지 늘었다. 또 2000년대 중후반부터 토요타와 혼다 등이 판매량을 늘리는 상황에서도 BMW는 자존심을 지켰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김 전 대표 체제의 BMW가 오랜 시간 지속된 이유는 당연히 판매량이 꾸준히 확대됐기 때문"이라면서도 "BMW는 단순히 판매량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고객 중심, 사회공헌 등 한국 사회 전반에 관심을 가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초에 최초…드라이빙센터부터 공익재단까지
2010년대 이후, BMW의 국내 시장에 대한 고객 친화적인 행보는 본격화된다. 고객 친화적 행보는 수입차 업계에서도 수많은 최초의 역사를 썼다.
대표적 사례는 전 세계 3번째로 지어진 'BMW 드라이빙센터'다. 2014년 BMW는 총 950억원을 들여 인천 영종도에 자동차 복합문화 공간인 'BMW 드라이빙센터'를 준공했다.
이곳에서 고객들은 드라이빙센터는 물론 다양한 자동차 문화 전시,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현재까지 약 150만명의 관객들이 다녀가는 등 드라이빙 레저 문화를 새로 써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해 BMW는 수입차 업계에선 최초로 전기차 i3를 들여왔다. BMW는 단순히 전기차를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이보다 앞서 BMW는 지난 2011년 수입차 업체 중에선 최초로 공익재단인 BMW코리아 미래재단 설립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한상윤 대표의 '코리아 퍼스트'로 꽃피우다
2018년 잇따른 화재는 BMW 역사상 가장 뼈아픈 이슈였다. 이를 완벽하게 극복해 낸 인물이 바로 2019년 부임한 한상윤 대표다. 직원 및 딜러들과 끝없이 소통했다. 취임 초기부터 외친 건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팀"이었고 이미지가 손상된 5시리즈의 페이스리프트 및 풀체인지를 신속히 출시해 브랜드 이미지를 바꿔치웠다.
계속된 한 대표의 '코리아 퍼스트' 전략은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치고 2년 연속 수입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 대표는 본사와의 탁월한 소통 능력을 통해 성과로 보여주는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재투자 확대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로 소비자의 니즈를 다 채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 확장 이전한 경기도 안성의 BMW그룹 코리아 부품물류센터는 국내 고객들이 원활하게 부품을 수급받을 수 있도록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1300억원을 들여 조성한 해당 센터를 오는 2027년까지 650억원을 들여 3만1000㎡가량(약 1만평)을 확장한다. 이렇게 되면 이곳은 BMW그룹 해외 법인 중 최대 규모 부품센터로 자리 잡게 된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4월에는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그룹 R&D센터를 확장 이전해 개소하기도 했다. 이곳에선 한국 소비자들의 수요와 요구 사항에 따라 현지화를 통한 제품 개발은 물론 국내 공급업체와 개발 협력을 하고 있다. 향후 자율주행 등 그룹 본사가 개발하고 있는 첨단 기술을 한국 시장에 도입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세계 시장 중에서 국내 최초로 뉴 5시리즈를 선보이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BMW 5시리즈는 지난해 2만565대 팔리며 BMW 전체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기도 하다. 특히 한 대표의 '코리아 퍼스트' 전략은 국내 기업과의 협업 측면에서도 우수한 선례를 쌓아가고 있다.
삼성SDI, LG그룹 등 협업하는 국내 기업들로부터 부품을 구매해 차량에 탑재하고, 이로 인한 수익은 다시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BMW코리아에 따르면 BMW그룹이 한국 기업의 부품을 구매한 금액은 2010~2023년 14년간 30조7800억원에 달한다.
BMW 코리아 관계자는 "법인 설립 이후부터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며 고객들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