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원기자의 문화路]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향기’는?
전혜원 기자
2025/01/13 13:35
2025/01/13 13:35
한국에 관한 향기와 그 기억에 관한 '추억 소환' 전시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 아르코미술관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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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네시, 이태원 클럽 모퉁이 근처 식당의 스테인리스 만두 찜기에서 어둡고 짙은 공기와 함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흰 수증기."/한국 서울(2014)
한국에 관한 향의 '기억'과 그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실제 '향'이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지난해 4∼11월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선보였던 구정아 작가의 '오도라마 시티'(Odorama City)의 귀국보고전이 열리고 있다. '오도라마'는 영어로 냄새를 뜻하는 '오도'(odor)와 '드라마'(drama)를 합쳐 만든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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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1층에서는 산동네에서 사용했던 연탄 냄새, 학생 시위와 데모 현장에서 맡았던 최루탄 가스 냄새, 어릴 적 서울 미아리에서 농사꾼들이 우마차를 끌고 와서 퍼간 대변 냄새, 바닷가 시골마을 조그만 항구에서 뙤약볕 아래에 말라가던 굴 껍질에서 나는 짠내 섞인 비린내, 친구집 앞마당에 있던 아카시아 향기 등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공중에 매달린 커다란 종이 위에 깨알 같이 쓰인 글들을 읽다 보면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에 관한 추억을 소환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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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희 감독과 함께 한국관 전시를 공동 기획한 야콥 파브리시우스(덴마크 아트 허브 코펜하겐 관장) 예술감독은 "각각의 조향사가 어디서 영감을 받아 그 향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돼 있다"면서 "17개의 향기는 한국 현대 역사의 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향으로 "옛날 가전제품의 향"을 꼽으며 "관람객 각자가 좋아하는 향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개인적인 추억도 불러일으키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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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향을 통해 고도성장하며 급변한 한국의 시대상을 반추해보는 측면에서 감동이 있다. 다만, 여러 향이 한 공간 안에 있다 보니 향들이 뒤섞여, 각각의 향이 어떠한지 그 특징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