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고 또 줄여라”…면세업계, ‘수익성 개선’에 사활

김지혜 기자
2025/01/13 16:29

롯데免, 中 보따리상 거래 중단 '극약처방'
신세계免, 부실 '부산점' 24일 영업 종료
신라는 '신중한' 입장…현대는 규모키우기

왼쪽부터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 김준환 호텔신라 TR부문장, 유신열 신세계면세점 대표, 박장서 현대면세점 대표
희망퇴직, 임금반납…. 수익성 개선을 위한 카드란 카드는 다 꺼내들었다. 그럼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면세시장에 주요 면세점들은 특허권 반납에 주매출처인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 거래 중단이란 '극약처방'까지 내놓았다. 이미 마른수건이라도 더 짜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다. 그동안 매출 경쟁을 벌였던 면세업계가 올해 생존을 놓고 수익성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13일 면세업계는 롯데면세점의 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 전면 중단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고객임에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반토막 매출을 감수하고 꺼내든 과감한 결단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매출도 잃고 수익성도 잃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면세사업은 결국 규모의 경제로 브랜드 '바잉파워'를 키우는 것이 곧 경쟁력"이라면서 "수익성만 좇다 경쟁력까지 잃어 자칫 도태될 수 있는 위험한 결정"이라고 우려했다.
롯데면세점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지난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이후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였다. 희망퇴직은 기본이고 국내 시내면세점 중 규모가 가장 큰 잠실 월드타워점 타워동 매장 면적도 35%나 축소했다. 개별 관광객 유인을 위해 서울 명동에 오픈했던 쇼룸 '나우인명동(구 LDF하우스)'도 영업을 종료했다. 오는 2월부터는 내국인 고객을 대상을 한 'LDF 트래블 마일리지 멤버십'도 종료한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인사·재무전문가 김동하 대표가 신임대표로 선임되며 수익성을 중심으로 강하게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익에서 면세점 4사 중 가장 큰 92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다른 면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면세점 4사 중 유일하게 유임된 유신열 신세계면세점 대표는 지난해 급여 20% 반납하는 솔선수범을 보였다.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인건비 절감·비용 효율화를 통해 손익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오는 24일에는 부산점의 운영도 종료한다. 2026년까지 영업할 수 있도록 특허권을 받았으나 실적 부진 등으로 특허권을 조기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인천공항점 운영 정상화와 서울 명동 시내점 리뉴얼 등으로 개별고객(FIT) 중심으로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면세점은 2018년 후발주자로 면세사업에 진출한 만큼 아직은 수익성보다는 규모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사명도 지난해 현대백화점면세점에서 현대면세점으로 바꾸고 대표도 백화점 출신이 아닌 국내 주요 면세업계에서 33년간 경력을 쌓은 상품기획 전문가 박장서 전무를 신임대표에 선임했다.

박장서 대표를 중심으로 현대면세점은 인천공항점에 총 26개의 브랜드를 입점시켜 국내 면세업계 최고 수준의 명품 경쟁력을 갖추게 했고, 동대문점에는 마뗑킴,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신규 K패션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또한 야간에 면세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해 공항점의 '심야매장'도 확대한다. 야간 탑승객을 위해 기존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영업하던 것을 선글라스·잡화 등 일부 구역에 한해 24시간 운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신라면세점은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다. 수익성 개선이란 기본 방향은 같지만 공격적인 비용줄이기에 돌입하지는 않았다. 다만 최근 인사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는 김준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면세(TR)부문으로 위촉했다. 김준환 TR부문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2014년 호텔신라 경영지원실 재무그룹장으로 합류해 TR부문 재무그룹장을 거쳐 2018년부터 TR부문 경영지원팀장을 역임한 '재무통'이다. 결국 신라면세점 역시 올해 수익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업계는 결국 외국인 관광객의 매출이 살아나야 하지만 주고객층인 중국인 단체관광객 활성화 등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면서 "설상가상 고환율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면세사업이 위축될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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