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 칼럼] ‘혈세 줄줄’ 정부 보조금 검증에 세무전문가도 참여해야


남성환 대기자
정부 보조금은 정부가 인력 부족 등 여건 탓에 할 수 없는 대민(對民) 업무를 민간에 위탁해 진행하려고 각 부처에 등록된 비영리 사단법인·민간단체 등 비정부기구(NGO)나 단체 등 민간 부문 사업자에 배정되는 국가예산이다. 보조금을 통해 많은 국민이 폭넓게 실질적인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는 전 세계 공통이다. 선진국일수록 보조금 사업 비중이 크고 민간 사업자도 상대적으로 더 많다. 우리도 경제 발전에 따라 민간 사업자를 통한 국가예산 지출이 점차 늘고 있다. 

그런데 이 보조금을 개인 돈처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사업자들이 있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 대통령실 차원에서 국민혈세 낭비가 심하다는 이유로 2023년 1월부터 4개월간 공인회계사만 수행하는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일제 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모두 1,865건의 부정·비리가 적발됐다. 국고보조금에 대한 부실지출 및 정산검증사례를 찾아낸 것이다. 보조금 사업자 대부분은 정부 보조금을 회계 기준에 맞게 철저하게 지출하고 있다. 매년 회계보고 때만 되면 회계 기준에 따라 엄정한 회계 보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부실 지출을 하거나 회계 기준을 벗어나는 지출을 하는 곳도 간혹 있다. 이들에 대한 철저한 회계 검증과 부실지출·부당 회계처리 등 일탈 행위에 대해 철저히 대응하는 것은 오롯이 정부의 몫이다. 


정부는 철저하고 광범한 정산에 나서겠다면서 지난해 7월부터 정산검증 금액기준을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검증대상을 크게 늘린 것이다. 검증 대상 보조금 사업자가 늘어나게 됨에 따라 그동안 검증을 제대로 받지 않은 사업자들이 잔뜩 긴장을 하게 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검증의 질 아니겠는가. 검증 대상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검증기관이 턱없이 부족해 부실검증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물론 보조금 사업자들이 정산검증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 황명선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논산·계룡·금산)이 발의한‘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이른바‘혈세낭비 방지법’으로 판단돼 의미가 각별하다. 발의 법안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공인회계사만 담당하고 있는 보조금 정산검증을 세금전문가인 세무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고보조사업의 세금낭비를 막기 위한 장치인 정산보고서 검증기관에 공인회계사로 구성된 감사반 뿐만 아니라 3인 이상의 세무사와 세무법인도 검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주 내용이다. 다만 부실검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책임성을 부여하는 방안이 들어가 있다. 부실검증 시 검증제한과 강력한 징계를 받도록 신설한다는 것이다. 


이 법이 시행에 들어갈 경우 철저한 검증을 기대할 만하다. 개정안은 검증기관을 확대해 농어촌 지역 등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는 보조금 사업자들이 검증을 받기 위해 주로 도시에 있는 감사반을 찾는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매년 3월 회계감사 기간 진행되는 감사가 빈틈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은 물론, 검증 비용을 낮추는 방안도 담겨져 있다. 세무사나 공인회계사가 담당한 정산검증에 오류나 누락이 있는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정산보고서 검증기관을 맡을 수 없도록 하고 정산보고서 검증을 거짓으로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등 부실검증을 근원적으로 막을 강력한 처벌조항까지 담고 있다. 검증기관에 세무사를 포함하되 부실 검증을 하는 경우는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황 의원은“개정안은 정산보고서 검증 시기와 외부 기업의 결산 시기가 중복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수임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경쟁에 따른 적정한 수임 비용 형성을 도모하는 등 민간 보조사업을 수행하는 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공인회계사 쪽에서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업무영역을 침해당한다는 게 주된 이유일 것이다. 혈세 낭비를 제대로 막지 못한 채 국민의 세금 부담만 가중하게 될 수 있다는 것도 공인회계사들의 주장이다. 특히 정산검증을 받았더라도 중복해서 받도록 한 회계감사 대상도 10억원이상에서 3억원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은 물론, 그동안 제외된 공공기관까지 회계감사를 받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밥그릇’차원에서 비판의 눈길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보조금 사업의 투명성을 위해서는 공인회계사들의 양보와 세무사들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공인회계사와 세무사 등 검증기간 간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밥그릇 싸움에 매달려 세금이 허투루 낭비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양쪽 모두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간위탁사업이나 보조사업의 정산검증에 누수가 없도록 하는 데 양측이 선의를 갖고 접근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국세청은 양측이 국가의 건전 재정을 위해 제대로 된 검증을 하는지 감사원 등과의 협력을 통해 조사에 나서는 업무를 맡아야 한다.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민의 혈세가 줄줄 새는 일을 막는 데 국세청 등 관련 기관·단체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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