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 ‘카지노 합법화’ 법안 초안 승인…“관광산업·경기부양 목표”

13일(현지시간)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가 방콕 정부 청사에서 내각 회의 후 기자 회견을 통해 카지노 합법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 초안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EPA 연합뉴스
태국 정부가 카지노와 도박을 합법화 하는 법안 초안을 승인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전날 내각 회의 직후 정부가 카지노와 도박 합법화를 목표로 한 법안 초안을 승인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패통탄 총리는 "법안이 의회 심의를 통과하면 대형 엔터테인먼트 단지에서 합법적 도박장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부가 발의한 해당 법안 초안은 도심 또는 관광지에 들어서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단지 안에서 호텔·컨벤션센터·쇼핑몰·테마파크 등과 함께 카지노가 운영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20세 미만 청소년 출입을 금지하고 외국인에게는 무료로 개방하되 태국 국민은 5000바트(약 21만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태국은 경마와 복권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박을 불법으로 규정해왔다. 하지만 축구 베팅·카지노와 불법 온라인 도박 등의 '그림자 경제'가 만연해 있다.

패통탄 총리는 카지노 합법화가 "공공의 안전을 보호하면서도 국가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관광과 투자를 유치해 경기 침체를 타개하는 것이 이번 정부의 핵심 정책"이라 강조했다. 정부 대변인 역시 "이미 태국과 주변국에 불법·합법 도박장들이 존재한다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된다"며 "카지노 합법화로 국가 세수를 확보하고 관광 수입도 확대하려 한다"고 밝혔다.

쭈라판 아몬위왓 재무부 차관은 카지노 합법화로 "외국인 관광객 수가 5~10% 증가하고 관광 수입은 약 1200억(5조 676억원)에서 2200억 바트(9조 2840억원) 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아울러 9000개에서 1만5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된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태국의 주변국인 필리핀·미얀마·라오스·싱가포르·캄보디아 등은 이미 대형 카지노 리조트를 운영하며 높은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 점에서 관광업이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인 태국이 카지노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 "장기간 놓쳐온 기회"란 지적도 나왔다.

불교도가 다수인 태국에서는 도박 합법화를 통한 규제가 매번 보수층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국경을 넘어 카지노를 즐기는 태국인들이 크게 늘고, 관광업 진흥과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커지며 "합법화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란 공감대가 확산했다.

카지노 합법화의 주요 옹호자 중 한명은 패통탄 총리의 부친인 탁신 친나왓 전(前) 총리다. 탁신 총리 역시 과거 재임 시절 카지노와 도박 합법화를 통한 국가 재정 확충과 관광 활성화를 주장해왔다.

지난해 9월 출범한 패통탄 내각은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지금이야말로 태국의 현실에 맞는 도박 제도와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역설해왔다. 정부는 법안 초안을 입법자문기구인 내각사무처에 회부해 검토를 거친 뒤 하원과 상원 표결을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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