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알파고 쇼크’ 9년, 우리는 무엇을 준비했나
김영진 기자
2025/01/14 14:42
2025/01/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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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은 AI 물결의 변방에 머물러 있다. 9년 전 '세기의 대결' 장소로 낙점될 만큼 IT강국으로 인정받았지만, 이제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따라잡기도 버거워 보인다. '알파고 쇼크' 이후 우리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고 AI 생태계 조성에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실 알파고가 등장했을 때 우리도 AI의 중요성을 인지하긴 했다. 당시 정부와 기업은 AI R&D(연구개발) 투자 확대, 관련 법 제정, 스타트업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계획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대규모 예산이 배정됐지만 '남'과 차별화된 성과 창출엔 실패했다. 이미 알파고를 만든 구글부터 아마존, MS, 애플, 메타, 테슬라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점하던 시기였는데도 말이다.
컴퓨팅 파워에서도 뒤처진다. AI 모델 학습에는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가 필수적인데 한국은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GPU 제조업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자체 GPU 개발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도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 중이다.
문제는 AI의 물결이 어느 분야보다 더 빠르게 흐른다는 데 있다. 다음 단계가 아니라 그 다음을 바라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례로 AI 칩 시장을 진두지휘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CES 2025에서 양자컴퓨터의 미래를 주목했다. 20년 후에 상용화될 기술이 2025년 그의 머릿 속에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 기업은 '양자컴퓨터'의 미래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곳은 없다.
AI는 한국의 미래를 가늠할 또 다른 바둑판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신의 한 수'를 보여줬듯, 우리 기업도 '한 수'를 준비해야 한다. 한국이 AI 시대를 이끌 주역이 될지, 아니면 계속 변방에 머물 지가 여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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