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방사능 공포..한국인들 탈출 러시

하네다-김포 노선 예약도 당분간 못해

조은주 기자|2011/03/15 21:57

   
[도쿄=아시아투데이 조은주 기자] 최악의 지진으로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유출 위험이 커지자 한국인들의 일본 탈출 러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15일 도쿄 무사시노시에서 만난 박성연(35)씨는 고민이 많았다. 1년만 더 공부하면 대학 졸업장을 딸 수 있지만 부모님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전화해 빨리 한국으로 돌아올 것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해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 수업료를 면제를 받았고 장학금도 받고 있어 한국으로 쉽게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현재 우동집에서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도 맘대로 쉴 수 없다고 한다.  

하네다 공항은 일본을 떠나려는 외국인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진=조은주 기자
   
때문에 박씨는 11일 지진을 경험한 후 너무 무서워서 돌아갈 생각도 잠시 했지만 여태 공부한 게 아까워 선뜻 나서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쿠시마현 원자력발전소 1, 3, 2호기 차례로 터진 뒤로는 잠깐이라도 한국으로 몸을 피해야 겠다고 마음먹고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하네다에서 김포를 잇는 노선은 당분간 예약도 불가능하고 나리타-인천 노선의 경우도 값이 턱없이 비싸다는 게 그녀의 설명.

기자가 일본 여행사 H사에 한국행 티켓을 문의한 결과 한 달 오픈 티켓의 가격은 무려 7만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고 담당자는 얘기했다.

별수 없이 17일 나리타-인천 노선의 티켓을 구매했지만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일도 계획 정전 조치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사 담당자 역시 자연재해가 이렇게 엄청난 줄은 몰랐다면서 자신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국립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태옥(37)씨도 원전 폭발 소식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자신은 괜찮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아찔하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밝혔다.

15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능 유출 위험이 고조되면서 결국 도쿄보다 남쪽인 오카야마 행을 선택했다.

박씨는 이날 가족들과 함께 신주쿠역에서 심야 버스를 타고 오카야마로 갈 예정이라면서 그 곳에서 비행기 티켓을 구매해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야 버스의 가격은 성인 1명당 8900엔, 어린이는 그 절반 가격으로 알려졌으며 도쿄에서 오카야마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10시간이다.

아이가 있어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박씨는 말했다.

또 그녀는 이탈리아, 프랑스 등 먼 곳에서 온 유학생 친구들도 어제 신칸센을 타고 오사카로 향했다고 전하면서 "해외로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이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인 관광객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 여행사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도쿄의 경우 대지진이 일어난 이후 주말까지 약 500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 관광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으로 들어오는 노선이 만석이라는 건 현지 한국인이 일본을 탈출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또 여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방사능 유출 가능성까지 제기됐기 때문에 한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의 일본 탈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