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토막살인사건] 경찰 수사권 강화론도 덩달아 퇴색…검찰은 표정관리 중
* ‘룸살롱 황제’ 사건 등 잇따른 악재에 경찰 명분 잃어
이진규 기자|2012/04/10 16:36
이진규 기자] 엽기적인 수원 토막살인 사건의 후폭풍이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기세다.
경찰 수사권 강화론의 최전선에 섰던 조현오 경찰청장이 수원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경찰 진영은 일시에 기운이 빠진 형국이다.
더구나 이른바 강남 '룸살롱 황제사건'과 '사채왕 사건' 등에 다수의 경찰관들이 비리사슬에 얽혀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경찰이 수사권 강화나 독립을 주장할 명분은 더욱 퇴색됐다.
112센터 하나 제대로 운영 못하면서 유흥업소 등에서 돈이나 챙기는 '투캅스'에게 수사권 강화라는 칼을 쥐어 줬다가는 나라가 결단날 수도 있다는 비아냥 마저 나오고 있다.
반면에 진정사건 지휘 수사거부 등으로 주춤하던 검찰은 잇따른 경찰의 자충수로 반사이익을 톡톡히 챙기고 있다. 검찰 고위간부들은 표정관리에 들어간 분위기다.
수원중부경찰서는 10일 이번 사건의 피의자 오원춘씨(42)를 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오씨의 여죄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지난 1일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토막 살해사건에서 경찰의 무능함과 무책임이 여실히 드러나자 국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조 청장은 “경찰의 무성의함이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고 사건 축소와 거짓말로 국민에게 실망을 끼쳤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9일 밝혔다.
조 청장은 검찰과의 수사권 갈등에서 정면으로 맞서 온 인물이다.
지난달 조 청장은 “국민의 눈살이 찌푸려져도 문제있는 검사는 경찰이 잡아들이고 검찰은 문제있는 경찰을 잡아들이면 두 조직 모두 깨끗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조 청장의 이러한 발언 이후 ‘룸살롱 황제’로 알려진 이경백씨(40)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요구해 수억원을 받아 챙긴 현직 경찰관 4명이 검찰에 구속됐다.
또 총경 급 고위 간부도 포함된 전·현직 경찰관 40명가량이 이씨로부터 단속 무마 대가 등으로 금품을 받았다는 관련 진술과 단서가 확보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의 고질적 부패가 여전하다’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룸살롱 사건’에 이어 ‘수원 살인사건’까지 경찰의 악재가 잇따라 터지자 검찰은 표정관리 중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번 수원 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주요 임무는 민생치안”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