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보이스피싱 국제범죄조직, 미국 시중은행서 122억원 가로채

류용환 기자|2012/10/17 14:19

 해킹과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의 수법을 동원해 미국 시중은행을 상대로 거액의 대출 사기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과 나이지리아인 등 국제범죄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39개 미국 시중은행을 속여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낸 혐의(사기 등)로 장 모씨(36)와 나이지리아인 A씨(39) 등 4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또한 사기 대출 과정에서 외환 계좌를 제공하고 대출금을 인출한 혐의로 강 모씨(32) 등 8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한국·미국·나이지리아에서 활동 중인 이들은 미국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청절차가 전화통화와 팩스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 해킹과 보이스피싱 등의 수법을 써 사기 대출을 받은 뒤 한국과 말레이시아, 일본, 인도네시아 등 제3국에서 대출금을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수법으로 이들이 한국에서 인출한 자금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68회에 걸쳐 미화 1100만달러(한화 122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말레이시아와 일본 등에서 인출된 자금 규모까지 집계되면 피해 금액은 훨씬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실제 미국 시중은행 고객의 개인정보를 파악해 주택담보대출 신청서를 팩스로 전송하고 해당 은행의 고객 확인 전화를 해킹으로 착신전환했다. 보이스피싱 방식으로 고객 확인 절차도 피해간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 내 미국·나이지리아팀은 미국은행 상대 사기 및 착신전환 서비스 해킹을, 한국팀은 사기 대출 자금을 받아 약 50개 국내 계좌에서 인출하고 다시 나이지리아로 송금하는 역할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국팀은 송금받은 자금을 수출 거래로 위장하고자 동대문시장에서 값싼 의류를 사들여 중국으로 배송하거나, 위조된 송장이나 수출계약서를 자금이 들어온 한국의 시중은행에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지난해 8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의뢰로 수사에 착수해 이 같은 성과를 냈으며 해외로 도주한 나이지리아인 총책 B씨(42) 등을 추적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내 은행과 미국 은행의 영업 방식 차이로 국내 은행이 유사한 피해를 볼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외환계좌를 개설해 자금을 찾아주면 수수료를 주겠다는 식으로 일반인에게도 접근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의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