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재스민, 북한서 목란꽃 되나
* 재스민 혁명 예견 나스르 학장 “북한 민주화 혁명, 아직 이르다. 아랍과 상황 달라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학장./사진=아산정책연구원 제공 |
‘재스민 혁명’에 비견되는 ‘목란꽃 혁명’이다.
이에 대해 발리 나스르 (Vali R. Nasr)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학장은 14일 아랍의 봄과 같은 민주화 운동이 북한에서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스르 학장은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아랍과 북한은 미디어 수준·경제 체제 등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북한의 민주화는 아직 예견하기 이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국무부 외교정책 자문위원으로 미국의 중동정책 수립에 관여하고 있는 나스르 학장은 저서 ‘시아파의 부흥(The Shia Revival)’, ‘부의 힘(Forces of Fortune)’을 통해 아랍의 민주화 운동을 예견한 바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개최하는 ‘아산라운드테이블’에 발제자로 나선 나스르 학장은 이날 라운드테이블에서 ‘아랍의 봄, 앞으로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인터뷰는 ‘아산라운드테이블’을 마친 후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3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현재까지 진행된 ‘아랍의 봄’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아랍의 봄이 아랍을 진보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특히 아랍의 봄을 종교적 지도자가 아닌 시민 스스로 혁명을 일으켰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리더가 없이 시작된 혁명이다 보니 이 흐름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할지를 제시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랍 국가에서 독재 권력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아랍의 봄, 그 발생원인은 무엇인가.
“‘경기침체’(Stagment Economy)다. 종교적·정치적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부분은 젊은이들이 학교를 졸업했지만 고용이 되지 않았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의 문제와 정치적·종교적 불만까지 합쳐져 아랍의 봄으로 표출된 것이다. 아랍의 봄은 그렇게 시작됐다.”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기여했다는 말도 나온다.
“페이스북 등 SNS가 아랍의 봄을 촉발하는데 기여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보다는 ‘미디어의 발전’으로 크게 봐야 한다. 페이스북이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 아랍권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아랍 국가들은 다양한 미디어 기술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서로가 연결됐다. 미디어·모바일·SNS 모두가 결합돼 아랍의 봄을 촉발시키는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 아랍의 봄에 대해 한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북한에서도 재스민 혁명같은 민주화가 가능할까’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는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랍과 북한은 상황이 다르다. 첫째, 아랍은 기술적인 면에서 북한보다 훨씬 개방적이었다. 북한은 아직도 닫혀있는 사회다. 정보·통신(IT)기술, 모바일 기술, 그리고 의견을 소통할 수 있는 SNS를 북한은 갖추질 못하고 있다. 특히 SNS를 통해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아랍의 봄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북한에서의 민주화 물결은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두번째는 경제 체제가 북한과 아랍이 다르다는 점이다. 북한에는 민주화를 요구할만한 중산층이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은 군사국가로 시민들이 목소리를 낼 공간이 없다. 시민들이 접할 민주화에 대한 정보도 없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도 없고, 또한 개개인의 소리는 군대의 벽에 가로막힐 수밖에 없다.”
- 최근 에릭 슈미츠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방북하면서 북한에도 IT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은 에릭 슈미츠라는 IT기업 CEO가 북한에 왔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북한 주민이 알지 미지수다. 그리고 그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의 IT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이를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한정될 것이다. 평양에서도 일부 엘리트에게만 국한될 것이다. 만약 ‘평양의 봄’이 오게 된다면 이는 아랍의 봄과는 성격이 다를 것이다.”
- 오바마 2기 정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기 정부와 2기 정부의 외교문제에 대한 접근이 달라지게 될까.
“오바마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의 내용이 다르다. 오바마 1기 시절에는 현재와 같은 중동의 위기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시아에 대한 이슈도 이렇게 부각되지 않았다. 독도로 인한 한국과 일본 간 갈등이 드러나지 않았고,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이다오) 열도 갈등 문제도 없는 상황이었다. 제반여건이 1기 정부와 2기 정부가 많이 다른만큼 문제를 보는 초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의 외교 정책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경제문제에 대해 토론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 오바마 2기 정부의 외교정책의 포커스는 경제라는 것인가.
“미국정부는 통상외교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통상무대 확장과 시장 확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물론 이와 함께 시리아 등 중동 문제에 대한 관리와 중·일 간의 센카쿠 갈등 조정을 위해서도 많은 힘을 기울일 것이다.”